이광선 한기총 대표회장 인터뷰 "예언자적 상상력으로 한기총 해묵은 문제 과감히 해결할 것"

입력 2010-01-29 15:02


[미션라이프] 이광선(66·신일교회) 목사가 28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제16대 대표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취임 일성에서 “거룩성을 회복한 한기총, 복음과 교회를 보존하는 한기총이 되자”고 역설했다. 한기총의 변화와 갱신을 암시하는 듯한 의미심장한 발언이었다. 본보는 이날 이 대표회장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그가 꿈꾸고 있는 한기총이 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대표회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실텐데요.

“저는 건강도, 지혜도 부족한 사람입니다. 하나님께 무한 감사드리면서도 두려움이 앞섭니다. 올 한해 우리나라가 풀어나가야 할 국내외 정치 경제 사회적 이슈들이 매우 많을 겁니다. 이같은 흐름에 한기총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거예요. 따라서 한기총은 한국교계의 대표적인 연합기관 다움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가 대표기관이라고 하면 안 됩니다. 외부에서 한기총은 한국교회를 대변하는 공적 기구라는 인식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의 한기총은 보다 내실을 다지면서도 시대적 사명을 감당해야 할 역사적 책무를 갖고 있습니다. 모든 한기총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야 할 때입니다. 대의를 위해선 자신을 포기할 수 있는 기독교 신앙의 본연을 실현해나갈 때입니다.”

-그동안 한기총에 대해 많이 공부하셨나요. 1년이라는 임기가 결코 길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일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텐데요.

“1년은 문장부호로 말하자면 물음표나 느낌표 하나 찍기에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먼저 하나님께서 주시는 예언자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해묵은 문제들을 찾아 과감히 해결하겠습니다. 특히 20여년전 한기총을 설립할 때 지도자들이 가졌던 초심을 되새기고 그분들의 뜻을 받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모든 일을 분명한 원칙과 소신을 갖고 처리하겠습니다. 이 같은 아름다운 변화와 함께 당면 과제인 북한인권 개선, 사학진흥법 관철, 국내외 재난 당한 이들을 위한 돕는 운동 등에 올인하겠습니다.”

-취임사에서 한기총 개혁을 얘기하셨는데요. 그러나 개혁을 추진하다보면 역류하고픈 물결을 직면하게 될텐데요.

“변화는 흐름입니다. 개혁에 앞서 올바른 흐름을 유도하기 위한 물길을 준비해야죠. 현재 한기총과 한국교회를 염려하시는 분들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이들로부터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고 새로운 물줄기를 내기 위한 변화의 첫 삽을 뜨겠습니다. 그렇다고 한기총 구성원들을 무시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시대적 변화는 적극적으로 수용하되 지금까지 수고해 오신 분들이 절대 상실감이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구성원 모두가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는 해법이 제시될 겁니다. 국민일보 등 언론들도 증인이 돼주십시오.”

-한기총을 위한 중장기 시스템도 만들어나가실 건가요.

“지난 한달간 차기 대표회장 신분으로 한기총이 그동안 해온 일들을 면밀히 검토했습니다. 후배들이 자랑스럽게 여길 전통이 적지 않았습니다. 현재 당장 필요한 것은 전통을 무조건 대체하는 혁신적인 시스템이 아닙니다. 기존 시스템이 잘 작동되도록 길을 찾는 게 우선이죠. 그리고 나서 급변하는 사회 요구와 선교적 과제에 대해 잘 응답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한기총 내에 전문가 집단이 상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습니다. 교회 안팎의 선교적 현안에 대해서도 기민하게 대처하겠습니다. 교단 및 교회 간 네트워크를 강화해 자원의 효용성도 높일 예정입니다. 이단·사이비 및 이교의 도전에 강하게 대처하다보면 이전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된 한기총의 모습이 우리 앞에 펼쳐지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중장기 시스템으로 정착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동안 한기총이 조화와 균형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들어왔습니다. 예언자적인 목소리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혹평도 있었는데요.

“한기총은 예언자적 사명과 제사장으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균형과 조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모든 사안에 무분별하게 성명서를 남발하는 것은 진정한 위기 극복의 해법이 아니에요. 우리 사회는 어쩌면 ‘실천 없는 종교’를 향해 ‘네 눈의 들보를 먼저 보라’고 외치고 있는 겁니다. 제가 구상하는 한기총은 먼저 본을 보이고 뜻을 같이 하는 분들과 함께 변화의 물꼬를 터가는 겁니다. 축적된 경험을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다음 세대를 이끌 일꾼들을 세워나가야 합니다. 굴절된 교회 정치때문에 상처 입고 목회 현장 속에서 숨어버린 좋은 목회자들과 전문가들을 적극 발굴할 겁니다. 이를 위해서라면 삼고초려도 당연하죠.”

-과거 사학법 재개정을 위해 삭발 투쟁을 감행해 강한 이미지를 남기셨는데요. 이전의 투사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고 최근에는 전형적인 외유내강의 이미지만 보여주고 있으신데요.

“전 절대 강경한 사람이 아닙니다. 체구가 남들보다 큰 것은 사실이에요(하하). 그러나 설교할 때 큰 소리로 외쳐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종교개혁사를 전공하신 분이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의 초상화를 보면 남성적인 광대뼈만 주목하는 데 어려움 속에서도 개혁의 여정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은 여성적인 미간의 이미지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더라고요. 전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예’할 것은 ‘예’하고, ‘아니오’할 것은 ‘아니오’라고 할 뿐입니다. 정치공학적 수사학에 탁월한, 속에 무엇이 있는지 간파되기 어려운 복선의 사람도 더더욱 아닙니다.”

-28일 발표된 국민일보의 한기총 실행위원회 설문결과에 따르면 한기총 구성원들은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에 대해 매우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상당수가 WCC의 공과에 대해선 개관적인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는데요.

“맞습니다. ‘숲과 나무’를 모두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와 장로교회가 겪었던 역사적 경험 속에 투영된 WCC의 모습에는 분명 오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만한 충분한 개연성도 있었고요. WCC를 숲으로 이해하기 위해선 지엽적인 한 두 사건으로 침소봉대하는 건 적절한 태도가 아닙니다. WCC의 선교적, 신학적 선언과 실천이 성경의 가르침과 얼마나 거리를 갖고 있는지 살펴보는 대승적인 자세가 필요하죠.”

-한기총은 2014년 WEA 총회 유치를 준비 중입니다. 한기총이 세계교회 앞에 책임있는 역할을 감당하려는 것은 좋은데 그동안 한국교회 관성을 보면 유치하더라도 이벤트성에 흐를 가능성이 농후한데요.

“좋은 지적입니다. 과거 한기총은 주로 우리 안의 연합에 치중해왔습니다. 한국교회의 변화된 위상을 감안하면 한기총이 당연히 세계교회와 세계기구 앞에 보다 책임있는 역할을 감당해야죠. 선거 공약에서 밝힌 대로 WEA 총회 유치에는 최선을 다할 겁니다. 유치 여부와 관계없이 한기총 체질을 국내용이 아닌 세계형으로 만드는데 더 치중하겠습니다.”

-자신의 리더십을 성경인물로 평가하실 수 있는지요.

“허허, 전 그저 하나님의 종입니다. 주인이 하라는 대로 할 뿐입니다. 굳이 성경 인물을 들라면 바나바와 같은 목회자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바나바는 예루살렘교회와 안디옥교회를 연결해주는 통합의 리더십을 가졌습니다. 안디옥교회를 말씀 위에 굳건히 세우고 새로운 인물을 예루살렘에 소개하는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었죠.”

-혹시 목회자가 된 뒤 후회한 적은 없으세요.

“하나님이 목회자로 부르신 것은 참으로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습니다. 목회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신일교회에 부임해 좌중우돌한 적도 없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아버님과 같은 장로님들이 버팀목과 징검다리가 돼 주셨어요. 이것이 목회자만이 느낄 수 있는 보람이죠.”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