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패드’ 공개] 애플-구글, 동지에서 적으로

입력 2010-01-28 18:58

아이패드 등장으로 애플과 구글의 전면전이 시작됐다. 수년간 마이크로소프트(MS)의 독점체제에 대응하고자 손잡았던 애플과 구글의 싸움이 본격화된 것이다. 동지가 적으로 변하는 등 경쟁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애플은 아이폰을 직접 제조하고 아이폰 전용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철저하게 자사 중심으로 제품 사이클을 운영한다. 반면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다른 제조사들과 공유하는 등 개방형 생태계를 추구하고 있다. 아이패드는 애플의 독자 운영 전략을 완성시킨 제품이다.

당장 전자책 분야에서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아이패드를 공개하면서 전자책 등 콘텐츠 분야의 허브가 되겠다고 천명하며 온라인 전자책 장터 ‘아이북’도 같이 선보였다. 아이패드 활용도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MP3플레이어 아이팟용 아이튠즈와 스마트폰 아이폰용 앱스토어에 이어 콘텐츠 경쟁력을 확장한 셈이다.

하지만 전자책 콘텐츠는 구글이 먼저 진출한 분야다. 구글은 전 세계 모든 책을 디지털화해서 전자책 유통의 허브가 되겠다는 전략 아래 이미 수백만 권을 디지털화했다. 구글은 소니 전자책에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제휴를 맺는 등 여러 전자책 단말기 제조사와 손을 잡을 방침이라 독자노선을 택한 애플과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애플과 구글의 한판 승부는 모바일 광고시장에서도 펼쳐질 전망이다. 외신들은 애플이 모바일 광고 전문업체 콰트로 와이어리스 인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구글은 모바일 광고업체 애드몹을 7억5000만 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수익 모델인 모바일 광고 시장에서 독자적인 영향력을 확보하겠다는 양사의 전략이 충돌한 셈이다.

애플은 IBM과 겨뤘고, MS와는 오랫동안 애증 관계였다. 인텔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포브스가 26일(현지시간) 인터넷판에서 “구글이 애플의 최대 경쟁상대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에서 MS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하드웨어에서도 애플은 IBM의 파워PC칩을 채용해 MS-인텔 진영과 맞서 왔다. 이 과정에서 경쟁상대였던 IBM과는 오히려 친구가 됐다. 포브스는 “(애플 최고경영자)스티브 잡스에겐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편 애플과 MS 사이에 벌어질 PC 디바이스 경쟁도 흥미롭다. MS는 2007년 공개했던 멀티터치 PC ‘서페이스’를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 2008년 5월엔 당시 경영 일선에 있던 빌 게이츠 회장이 직접 사무실 벽면 전체를 멀티터치 PC로 만든 ‘터치 월’을 시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열 손가락을 다 써 스크린 앞뒷면을 조작할 수 있는 ‘루시트터치’ 기술도 개발 중이다. 상용화될 경우 태블릿PC 이상의 혁명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도훈 김지방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