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수염 어때요?… 미녀 스타들의 ‘남장 열풍’
입력 2010-01-28 19:10
방송가에 미녀 스타들의 남장 열풍이 거세다. 지난 12일 MBC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이나영이 ‘이나봉’으로 남장을 해서 화제를 일으켰다. 이어 KBS ‘추노’의 이다해, SBS ‘제중원’ 한혜진도 극중 남장 모습을 공개해 관심을 샀다.
27일에는 송혜교도 한 음료 광고에서 중절모를 쓴 신사로 변해 남장 열풍에 동참했다. 1월에만 여배우 4명이 남장을 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긴 머리를 감추고 수염을 붙인 여배우에게 쏠리는 관심은 폭발적이다. 이나영의 출연으로 ‘지붕뚫고 하이킥’은 시청률 23.3%(AGB닐슨 미디어리서치)로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다. ‘추노’와 ‘제중원’도 두 여배우의 남장 관련 뉴스가 쏟아지면서 관심을 모았다. 남장여자에 대한 인기는 예쁘고 귀여운 소년을 좋아하는 ‘미소년 코드’와 맞물린다.
문화평론가 이문원은 “요즘처럼 샤이니나 유승호 같은 미소년이 인기가 있는 상황에서 미녀들의 남장은 미소년에 가깝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거부감이 없다. 남자라고 말하지만 귀여운 여자의 느낌이 나기 때문에 남성에게도 어필하고 미소년 분위기도 나기 때문에 여성에게도 어필해 흥행 코드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남장여자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여배우의 남장 연기 스타일도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남장이 파격적인 결단을 요구한 중대한 의미였다면 요즘은 관심을 끄는 유인책이나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는 팬 서비스의 의미로 가벼워지는 것이다. 1993년 영화 ‘가슴달린 남자’에서 짧은 머리에 양복을 입고 나타난 박선영의 모습은 파격적이었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MBC·2007)의 윤은혜, ‘바람의 화원’(SBS·2008) 문근영도 여성성을 숨기기 위해 메이크업과 긴 머리, 낭랑한 목소리를 포기하는 희생을 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 4건의 남장은 광고나 드라마 1회분에서 소화되는 연기다. 때문에 여배우의 파격적인 결단과 각고의 희생을 요구한 ‘남자 연기’라기보다는 눈을 끌기 위한 ‘남자 분장’에 가까웠다. ‘추노’에서 이다해는 여행길에 몸을 보호하기 위해 여자임을 감춘다. 하지만 진한 화장과 가녀린 목소리를 그대로 유지해 네티즌의 빈축을 샀다.
진한 화장에 모자를 쓰고 콧수염을 붙인 송혜교의 남장은 ‘귀여운 남자 흉내’에 가까웠다. 네티즌 ‘구름다리’는 “여자 화장 위에 콧수염을 붙여놓고 ‘남장’이라니 실소가 나온다”며 “‘남장’이 인터넷에 화제가 되니까 화제거리로 남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