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일곱 가지 사회惡

입력 2010-01-28 18:49

위대한 영혼 ‘마하트마’로 칭송되는 인도 독립의 아버지 간디(1869∼1948)가 요즘 다시 뜨고 있다. 지난 24∼27일 인도를 국빈 방문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을 출발하기 직전 내부 준비회의에서 간디가 주장한 일곱 가지 사회악(惡)을 자주 거론했다고 한다.

일곱 가지 사회악은 원칙 없는 정치, 일하지 않고 얻는 부(富), 부도덕한 상거래, 도덕을 가르치지 않는 교육, 마음에 울림이 없는 쾌락, 인간을 고려하지 않는 과학, 이기적인 신심(信心)이다. 간디가 1925년 ‘영 인디아(젊은 인도)’란 신문에 기고한 ‘사회를 병들게 하는 일곱 가지 사회악’의 핵심 내용이다.

이 중에서 이 대통령은 ‘부도덕한 상거래’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인도에 이어 스위스의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인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이 대통령은 28일 특별연설에서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재균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편으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간디의 경구와 무관하지 않은 주장이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도 간디의 일곱 가지 사회악 척결을 국회 시정방침연설에서 선언할 것이라고 26일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또 마이니치는 하토야마 총리가 일곱 가지 사회악을 척결하는 것이 자신의 정치철학인 우애사회 건설과 같은 내용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간디를 인용하고 이를 주장하는 것은 세계 인구 2위, 구매력 4위, 30년 내에 세계 정상급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는 인도에 대해 국제적인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터다. 하지만 ‘서로 친하게 지내자’는 식의 외교적 수사(修辭)로만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간디의 일곱 가지 사회악이 제기하는 문제는 오늘 이 시대에도 똑같이 관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일곱 가지 사회악은 간디가 살았던 시대보다 훨씬 더 강력해졌다. 민생을 발목잡고 사분오열 제 주장만 펴는 정치, 불로소득자를 부러워하는 사회 분위기, 이익 앞에서는 영혼조차 팔아넘기겠다는 경제만능주의, 점수 따기와 진학에만 열을 올리는 교육, 말초적인 즐거움만 좇는 사람들, 과학기술과 믿음마저도 값으로만 따지려는 풍토가 오늘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간디가 평생을 강조했던 모든 차별과 압박에 대한 불복종(무저항이 아니다)은 사회악에 대한 비폭력 투쟁이었다. 사회악의 척결, 그것만이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기초라는 간디의 주장은 여전히 울림이 크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