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억새 들판

입력 2010-01-28 18:44

이학영(1952∼ )

스러지고 나서야

드러나는 것들이 있다

잎 진 미루나무 위의 까치둥지가 그렇고

참나무 숲속

버려진 무덤이 그렇다

한 철 깃든 새들

꽁지 빠뜨리고 어디 갔나

퍼렇던 시절들이

볏짚처럼 바래고 나서야

억새꽃 은빛 깃털로

온 들판 메우고 있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