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46%, 취업후 학자금 대출 채무불이행 우려

입력 2010-01-29 00:34

취업해 되갚는 조건으로 학자금을 빌린 대졸자 가운데 제때 돈을 갚지 못하는 채무 불이행률이 남성은 4%, 여성은 46%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평균 채무 불이행률만도 무려 25%다. 4명 중 1명꼴로 원리금을 완전히 갚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교육당국이 회수하지 못하는 대출액이 20년 후쯤 15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 같은 결과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연세대 하연섭 교수팀에 의뢰한 ‘한국형 소득연계 학자금대출제도 도입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서에 나타났다. 기획재정부와 교과부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ICL) 관련 정부안을 만든 뒤 국회 심의를 거쳐 최근 관보에 입법예고했다.

채무 불이행률이란 졸업 후 35년이 지나도록 원금과 이자를 완전히 갚지 못한 대졸자 비율을 뜻한다. 정부가 ICL 도입 당시 채무 불이행 관리 목표로 정한 비율은 10%였다. 하 교수팀의 연구용역 시뮬레이션(모의실험) 결과와 비교하면 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28일 “교과부와 공동 시뮬레이션한 결과 ICL 학자금 대출 상환은 2018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채무 불이행률이 20%를 넘어서면 ICL을 계속 운영하기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ICL 재원은 한국장학재단에서 발행하는 채권으로 마련된다. 정부는 직접 부담이 없는 대신 이자를 부담한다. 채무 불이행률이 높아지면 채권 발행량을 늘려야 돼 정부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동시에 재원 건전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졸 남성의 평균 상환기간은 13년, 여성은 2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여성이 남성보다 빚을 갚는 기간이 길고, 채무불이행 비율이 높은 이유는 남녀의 취업률 격차 때문이다. 남성은 50세 이후 취업률이 저하되는 반면 여성은 28세까지 상승하다 30대 이후부터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결혼 후 육아 부담에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는 여성비율이 높은 고용환경 탓도 있다.

한편 46%에 달하는 여성의 채무 불이행률과 관련, 교과부 측은 “실제로는 10.8% 정도에 그칠 것”이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는 학자금 빚 때문에 채무 불이행자로 전락할 수 있는 전업주부를 남편이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교과부가 자체적으로 수정한 수치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동권 김아진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