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이틀째 포 사격’… 긴장의 서해5도 르포

입력 2010-01-28 21:55


주민들 “불안감 커져 관광객 안오면 어쩌나” 한숨

북한이 이틀 연속 해안포 사격을 하면서 서해 5도가 공황상태에 빠져들었다.



북한의 28일 포 발사 지역과 근접한 인천 옹진군 연평도 주민들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연평면 서부리 이장 김지권(53)씨는 “27일 오후 포성은 들렸지만 오늘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며 “북한이 연평도 코앞까지 포를 쐈다는 뉴스를 접하니 매우 불안하다”고 말했다. 동부리에 사는 50대 주부는 “27일 오후 3시쯤 세면장에서 뇌성을 들었다”며 “포탄이 날아올까 봐 걱정된다”고 밝혔다.

연평도 해경 출입항통제소는 “북방한계선(NLL)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1.6㎞ 정도 떨어진 지역 특성상 어선들의 출입을 전면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평도 주둔 해병대 벌컨포 기지에서는 대원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북측의 무인도인 석도 갈도 장재도의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때마침 이 시기는 금어기여서 소연평도 주민 상당수는 인천에 나가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침마다 조업 허가 여부를 통보하던 해병대도 이달 초부터는 연락을 하지 않고 있으며 어민들도 타산이 맞지 않아 조업을 중단하고 있다.

대청해전을 겪은 대청도에서도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미 백령도와 연평도 인근 해상에 북측이 해안포를 쐈기 때문에 다음 차례는 대청도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청면사무소 관계자는 “해경이 홍어잡이 선박들의 출어까지 전면통제했다”고 밝혔다.

NLL에서 가까운 소청도 주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주민들은 “아직까지 북한이 자신들의 해역에 포탄을 쏘는 것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북측이 해안포를 소청도 인근 해상에는 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백령도 진촌2리 심청각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측 해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온해 보였다. 북한의 월래도까지는 불과 11㎞가량 떨어져 있어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장산곶까지는 17㎞가량 떨어져 있어 성수기에는 관광객들이 필수코스로 찾는 곳이지만 이날 관광객들은 보이지 않았다.

백령도 주민들은 관광객이 줄어들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김모(70·여)씨는 “섬에 사는 사람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하고 있지만 북한의 해안포 발사 소식으로 관광객이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NLL을 침범한 것은 아닌 만큼 무엇인가를 좀 얻으려고 북한이 그러는 것이 아니겠냐”며 말을 아꼈다.

백령도=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