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세종시 당론 변경 강행할까
입력 2010-01-28 21:54
세종시 수정안 당론 채택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 내 친이계와 친박계 간 갈등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양 계파 모두 현재로선 분당(分黨) 가능성은 극구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친박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당론 채택 절차가 강행될 경우 당이 깨지지 말란 법도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친이계는 연일 당론 채택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론 결정이 늦어지면 국민과 충청권 주민이 대단히 혼란스러울 수 있다”며 “17대 국회 때도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종시법 당론을 채택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론 수렴 절차도 없이 뛰어넘는 건 집권여당으로서 직무유기”라고 강조, 당론 채택을 생략하고 바로 본회의 투표를 하자는 친박계 주장을 일축했다.
여론몰이도 계속됐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경기도 의정부에서 열린 국정보고대회에서 “지난 좌파 정권 10년 동안 이곳저곳 박아 놓은 세종시 대못과 같은 게 많이 있다”며 “이를 뽑아내서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진입시킬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말했다.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는 여의도 서울시당사에서 열린 정치아카데미 초청 강연에서 “약속을 했더라도 나라 발전을 위해 길을 바꾸는 것은 신의를 버리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신의가 우선이라는 박근혜 전 대표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친박계는 당론 채택 불가 방침이 아주 확고하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토론하는 것은 토론이 아니다’고 밝힌 데 대해 친박계 의원들 모두 같은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친박계 반대와 상관없이 당론 채택을 위한 토론은 벌일 수 있다. 한나라당 당헌에 따르면 국가 주요정책이나 국회에 제출된 주요법안의 심의 및 의결을 위해 원내대표가 의원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 또 재적의원 10분의 1 이상이나 최고위원회 요청으로도 의총을 열 수 있어 친이계 단독의 소집요구나 친이계가 다수인 최고위 의결로도 의총 소집이 가능하다. 다만 의총에서 당론변경을 하자면 재적의원(현 169명) 3분의 2 이상(113명) 찬성이 필요하다. 친이계에서는 우호적 중립파를 합해 103∼105명 정도를 수정안 찬성파로 분류하고 있어 앞으로 10명 정도를 추가 확보한다는 방침이지만 의원들의 생각을 단기간에 바꾼다는 게 간단치 않아 보인다.
친이계가 당론 채택을 강행할 경우 친박계와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세종시에 이어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도 재격돌해야 하고, 선거 역시 친박 대 비박(非朴)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한 집안에 있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고위정책회의에서 한나라당 내 갈등과 관련, “저러고도 같은 당이라 할 수 있느냐”며 “차라리 깨끗하게 갈라서는 게 국가 발전을 위해 옳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손병호 강주화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