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 선발싸움으로 승부
입력 2010-01-28 18:28
최근 몇 년간 한국 프로야구는 ‘불펜 야구’가 대세였다. ‘벌떼 마운드’로 대표되는 SK가 2008년까지 2년간 한국시리즈를 제패했고, 2년 연속 준우승을 했던 두산도 불펜 중심의 야구를 했다.
지난 2005년 삼성의 우승이 큰 역할을 했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팀 내에서 구위가 가장 뛰어났던 권오준과 권혁을 셋업맨으로, 오승환을 마무리로 투입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의 임태훈, 삼성의 정현욱 등 구위가 좋은 선수를 불펜으로 기용하는 일이 잦아졌다. KIA 에이스 윤석민이 마무리로 뛰기도 했다.
지난해부턴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KIA는 막강 선발진을 앞세워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KIA 선발진이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766⅓이닝을 소화하며 불펜의 짐을 덜어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였다.
롯데가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원동력도 선발 야구였다. 롯데 선발투수들은 지난해 731¼이닝을 책임지며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전체 투구이닝 중 선발진이 던진 비율이 가장 높은 두 팀이 바로 KIA(63.9%)와 롯데(62.9%)였다. 나머지 6개 팀은 모두 50%대에 그쳤다.
5∼6일 간격으로 등판하는 선발투수가 빨리 강판되면 불펜 투수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결국 시즌 후반으로 가면 불펜 투수들의 구위는 눈에 띄게 떨어진다. 선발 투수가 못하면 불펜 야구도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경기 초반 5∼6점을 내줘도 지켜보며 젊은 유망주를 정상급 선발투수로 키워낸 롯데 로이스터 감독과 안팎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6인 선발로테이션’을 지켜냈던 KIA 조범현 감독의 투수 운용이 높게 평가받게 된 것은 이같은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탓에 각 구단들의 지상과제는 선발투수 확보가 됐다. 두산과 삼성이 히어로즈로부터 각각 이현승과 장원삼을 트레이드한 것이나 대다수 팀이 선발투수로 뛸 수 있는 선수를 용병으로 선택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올 시즌 각 팀의 선발투수 후보로 거론되는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지난해보다 한층 무게감이 있다. 선발투수의 비중이 높아졌음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매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순위 경쟁 속에서 꾸준히 선발 투수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감독 입장에선 언제든 불펜 중심의 마운드 운용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선발 야구가 안착될 것인지, 불펜 야구가 여전히 대세를 차지할 것인지를 지켜보는 것도 올 시즌 프로야구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