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차이나 돌풍’…호주오픈 리나·정제 4강

입력 2010-01-29 00:42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테니스대회에서 ‘차이나 돌풍’을 일으켰던 리나(17위)와 정제(35위)가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리나는 28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대회 여자단식 4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 서리나 윌리엄스(미국)에 두 세트 모두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패했고 정제는 ‘돌아온 챔피언’ 쥐스틴 에넹(벨기에)에 단 1게임만 따내는데 그치며 51분만에 완패했다.

그러나 중국은 메이저대회 사상 처음 2명이 4강에 오르면서 이번 대회 최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 대회 5번째 정상에 도전하는 서리나 윌리엄스는 “러시아선수가 4강에 보이지 않는 것 이상으로 중국선수들의 선전이 놀랍다”고 말했을 정도다. 실제로 마리아 샤라포바, 스베틀라나 쿠즈넷소바, 디나라 사피나 등 세계 여자테니스계를 주름잡는 러시아선수들이 이 대회 4강에 들지 못한 것은 2004년 이후 처음이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한국과 큰 수준차가 없었던 중국 테니스가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은 것은 2004년 10월이었다. 리나가 광저우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단식에서 우승한 것.

2005년 1월에는 정제가 투어 단식 챔피언에 올랐고 2006년 호주오픈에서는 정제가 옌쯔와 조를 이뤄 여자복식을 제패했다. 2006년 5월에는 리나와 정제가 WTA 투어 단식 결승에서 맞붙기도 했고 그 해 윔블던에서는 리나가 단식 8강에 올랐다.

국가대항전인 페드컵에서도 중국은 월드그룹에서 독일을 꺾었고 2008년에는 정제가 윔블던 4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정제와 리나는 지난해 세계랭킹 15위까지 올랐다.

중국 테니스가 급성장한데는 국가차원의 지원에 힘입은 바 크다. 국가예산으로 선수를 육성하고 국제대회 출전비도 부담했다. 매년 차이나오픈과 상하이 마스터스 등 2개의 남녀 프로 투어를 개최하는가 하면 지난해는 유망주 육성을 위한 아마추어 리그를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베이징 올림픽 후 중국이 국가차원에서 육성한 선수들을 풀어줌으로써 급성장했다는 분석도 있다. 훈련 및 대회출전에서 처음으로 ‘자유’를 얻은 선수들은 자기 비용으로 출전비를 마련하고 코치를 고용함으로써 진정한 프로선수의 행보를 걷기 시작한 것. 리나는 스웨덴코치를 고용하면서 새로운 기술과 연습파트너로 기량이 급성장했다. 미국코치를 영입한 정제도 새롭게 눈을 떴다. 리나는 내주 발표되는 세계랭킹에서 중국선수로는 처음 10위 안에 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