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참담한 대한민국의 환경성적표
입력 2010-01-28 18:47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환경성과지수(EPI) 평가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하위권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에 꼴찌고, 전체 163개국 가운데서는 94위다. 51위를 기록했던 2년 전 평가에 비하면 무려 43계단이나 급락했다. 참담하다는 말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환경부가 왜 존재하는지 의문이 제기될 만하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소를 통한 기후변화 대처(147위), 대기오염(159위) 등 가중치가 큰 부문에서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래서 10개 분야 25개 세부항목을 종합한 성적이 100점 만점에 57점이다.
환경부는 평가에 사용된 자료가 2000년대 초중반 것이 많고 지표 구성체계, 자료 수집, 평가 기준 등에도 문제가 있다며 평가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환경부로서는 충격이 크고 곤혹스러울 것이다. 평가결과를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물론 EPI 평가가 겨우 세 번째고, 평가서를 작성한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연구진도 자료수집의 어려움을 토로할 만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평가 작업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문제점 지적으로 변명하기에는 결과가 너무 충격적이다. 한편으로는 평가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환경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다. 더구나 정부는 지난해 녹색성장위원회 회의 등을 통해 우리나라 EPI 순위를 2030년까지 세계 10위 이내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평가 결과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이면 곤란하다.
우리나라는 녹색성장을 기치로 내걸고 있고, 또 이를 주도해가는 나라다. 여기에 걸맞은 위상이 필요하다. 환경은 정직한 것이다. 말로 외친다고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이 중요하다. 환경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강력히 추진하고 4대강 살리기를 통해 수질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질은 30위로 비교적 나은 평가를 받았다. 환경부가 진단과 처방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다음 번 평가 결과를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