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대출’ 문제점은?… 제도 정착 여부 ‘자금 회수율’에 달렸다
입력 2010-01-29 00:39
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교육과학기술부. 청사에서 만난 한 관료는 “솔직히 안심이 된다”고 운을 뗐다. 한국장학재단이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ICL) 신청 건수를 집계한 결과 18만1734건(오후 3시 현재)에 그쳤다는 소식에 대한 반응이었다. 해당 교과부 관료의 안도에는 ICL의 장기 건전성에 대한 불안이 깔려 있었다.
◇불안한 출발, 초조한 정부=올해 대학 신입생은 37만8000여명 수준이다. 재단이 재학생에 우선해 접수한 대학 신입생 학자금 신청자는 이날 마감 결과 전체의 18.6% 수준인 7만335명이었다. 재학생 신청 수요는 신입생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날까지 접수된 전체 신청인원은 당초 정부가 예상한 70만명의 26%에 그치고 있다.
이와 관련, 재단 관계자는 “재정 당국은 재정 건전성의 문제로 예상치보다 신청자가 적은 것을 환영하겠지만 최대한 많은 학생이 혜택을 받도록 재정부, 교과부 등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ICL의 장기 성패 여부는 대출금 회수율에 달려 있다. 먼저 학자금을 빌려간 대학생들이 제때 돈을 갚지 않을 경우 재원에 구멍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를 메우기 위해선 채권 발행을 그만큼 늘려야 한다. 대졸자의 빚 부담이 재정 압박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ICL 부실화 가능성은=ICL의 가장 큰 쟁점은 첫 학자금 수혜자가 직장을 찾아 본격적인 상환을 시작하는 2018년을 전후해 얼마나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정부는 군대와 휴학 등을 고려해 올 1학기부터 대출받는 신입생들의 졸업 후 상환까지 걸리는 거치기간을 6∼8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취업을 하지 않아 소득이 없는 경우 대출금을 갚을 의무가 주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평균 취업연령은 빠르지만 남성보다 취업률이 낮은 여성의 경우 채무불이행률이 더 높을 것이란 지적이다.
정부도 전업주부의 학자금 회수문제를 고려해 기혼자의 경우 본인과 배우자의 소득과 재산을 합산한 소득인정액이 기준소득의 1.8∼2배를 초과할 경우 상환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소득이 있는 남편이 아내의 학자금 대출분을 갚지 않겠다고 하면 강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
용역 보고서의 시뮬레이션 결과 임금상승률이 등록금인상률보다 낮을 경우 평균 상환기간은 남성 1.4년, 여성은 6년 이상 더 느려지고 채무불이행률도 남성(14%)과 여성(65%) 모두 증가해 제도의 안정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정부 관계자는 “제도 자체가 급하게 된 측면이 없지 않다”며 “법리나 장기 재원 건전성 등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부족했고, 고민만 하다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동권 김아진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