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금융기관 건강한 변화 필요”…다보스포럼 이모저모

입력 2010-01-29 00:37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다보스포럼 특별연설을 통해 서울 G20 정상회의의 기본 구상을 밝혔다. 금융위기 속에서 탄생한 G20 정상회의의 올해 의장국이자 개최국으로서 이후 전 세계적인 경제협력 방향을 제안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연설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그동안 열렸던 세 차례 정상회의 합의사항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강조한 뒤 금융개혁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개발도상국에 대한 배려 문제와 민간 분야 협력을 새로운 의제로 추가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전 세계적인 금융감독 규제개혁이다.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은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추가적인 어젠다로 삼으려는 것이 소위 대마불사와 관련된 큰 금융기관들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원인’으로 지목돼온 금융기관들에 대한 제어 움직임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주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금융개혁안과 영국 고든 브라운 총리가 밝힌 금융기관 고위직의 보너스에 대한 추가 세금 부과,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금융 관련 세금 부과 주장 등이다.

이에 따라 다보스 포럼에서도 금융개혁 문제를 둘러싼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27일 개막 연설에서 “금융업계가 부와 일자리 창출과 무관하게 과도한 이윤을 추구하고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다”고 강력한 규제를 주문했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토론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피터 샌즈 영국 스탠더드차터드은행 CEO, 제이콥 프렌켈 JP모건체이스 회장 등 금융계 인사들은 과도한 금융 규제에 불만을 표시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이 특별연설을 행한 콩그레스홀은 전 세계 언론인, 기업인, 유력인사들이 참석, 800여개 좌석이 모두 채워졌다. 특히 슈워브 다보스 포럼 회장은 통상 연설을 한 인사에게 한 가지 질문만 하던 관례를 깨고 이 대통령에게 질문을 3개나 잇따라 던져 눈길을 끌었다. 이 때문에 예정 시간을 넘기는 바람에 당초 순차통역으로 진행키로 한 일문일답은 동시통역으로 변경되기도 했다. 질문은 G20정상회의와 금융위기 등에 집중됐다.

이 대통령은 97년 외환위기와 현재의 금융위기에 대한 질문에 “97년의 위기와 지금 위기는 차이가 있다”면서 “그러나 금융기관들이 여러 점에서 개혁해야 하고 내실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유사점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은행가들에 대한 조언을 요청받자 “적절한 수준에서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건전한, 건강한 변화는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보스=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