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엄마를 부탁해’ 리허설 지켜본 작가 신경숙… “소설보다 메시지 더 분명하네요”
입력 2010-01-28 22:10
연극 ‘엄마를 부탁해’의 프레스리허설이 열린 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지난해 1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신경숙(사진) 작가의 원작 소설을 무대로 옮긴 작품이라 관심이 높았던 탓에 배우들과 무대 밖 스태프 모두 긴장했다. 텍스트를 시각화하는 작업은 위험한 게임이다. 텍스트의 상상력은 시각화를 통해 제한되기 때문이다. 원작자인 신경숙씨가 이날 공연을 지켜봤다는 것도 배우들에게 부담이었다.
공연이 끝나자 신씨의 입에 시선이 집중됐다. 그는 공연을 어떻게 봤을까. “저도 어떻게 연극화될지 궁금했어요. 소설보다 메시지가 분명하네요. 언어로는 애매하게 표현한 부분이 있었는데 무대니까, 직접 소통하는 장소니까 더 분명해졌다는 점이 달라요.”
그는 “원작은 4장으로 나뉘어 있어 인물들이 단순화돼 있지만 무대에서는 곡조 있게 장면 장면이 펼쳐지니까 굉장히 큰 작품처럼 느껴진다”면서 “이 소설이 엄마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들은 보다 더 잘 표현된 점이 있었던 거 같다”고 후한 평가를 했다.
아울러 “처음에는 원작 사용에 대해 깊이 고민했고 연출님과 작가님에게 많은 주문을 하려고 했는데 20분 정도 대화를 나누고 나니 아무것도 말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고 제작진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원작과 가까운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원작과 거리가 있는 새로운 작품이 탄생했다고 본다”면서 “깊은 한숨이 나왔는데 못마땅해서가 아니라 저를 아프게 했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가끔 숙이기도 하면서 봤다”고 말했다.
“연출님이 저를 보고 ‘열흘쯤 뒤에 오시지’라고 하셨어요. 저도 그러고 싶었는데 이렇게 얘기하고 소통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왔어요. 왜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할 정도로 잘 봤습니다.”
신씨의 작품을 극본으로 재탄생시킨 고연옥 작가는 “엄마의 실종이 하나의 사건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큰 상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에 매료당했다”면서 “우리가 엄마를 잃어버렸고 그것이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설을 읽고 많이 울었다는 고석만 연출은 “신 작가의 마술적 리얼리즘을 무대를 통해 어떻게 사회적 리얼리즘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엄마를 부탁해’는 29일부터 3월 2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1544-1555).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