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첫 국정 연설 “각종 개혁정책 중단하지 않겠다”
입력 2010-01-28 22:04
‘중단하지 않겠다(I don’t quit).’
1년 전 취임 당시 ‘담대한 개혁’이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구호가 이렇게 바뀌었다.
우울한 경제현실, 이념적 양극화, 잇단 선거 패배 등 자신과 민주당 정권을 둘러싸고 있는 정치적 현실은 인정하지만, 각종 정책이나 개혁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 회복을 위해서도 자신이 추진 중인 각종 개혁정책이 제대로 실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롭게 시작하자’는 표현으로 국민들을 다독였다.
◇국정 최우선 과제는 일자리 창출=오바마 대통령은 70분이 넘는 첫 국정연설에서 3분의 2 이상을 경제 문제에 할애했다. 그만큼 미 국민들의 관심은 일자리와 경기회복에 집중돼 있다.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이 핵심 주제였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육성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300억 달러를 지역은행에 제공해 중소기업에 대출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용을 늘리는 중소기업에 세제혜택을 주는 등 각종 중소기업 지원 방안도 내놓았다. 그는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28일 플로리다주로 가서 80억 달러 규모의 고속철도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또 금융시장의 건강성 회복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금융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월가의 구제금융을 환수해 중소기업에 사용하겠다고 언급한 대목에서는 기립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특히 자신이 추진 중인 금융개혁법안이 금융회사들의 로비에 밀려 제대로 개혁 내용을 담지 못한다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밝혀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교육 분야도 강조했다. 커뮤니티 칼리지 등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 성장 잠재력을 강화하고, 직업훈련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수층이 공격하는 재정적자와 관련해선 앞으로 국방과 사회보장 부문을 제외하곤 지출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개혁법안에 대해선 “당파적 이견을 접고 양당이 머리를 맞대고 반드시 개혁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연설 대부분을 경제 문제로 채우면서 상대적으로 외교 안보 문제가 작게 다뤄졌다. 그가 취임 1년간 직면한 3대 주요 외교·안보 현안인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 지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대화 무산, 알카에다와의 전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공화당의 신경전=공화당 의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의사당에 입장할 땐 기립박수로 맞았다. 하지만 연설 중엔 대부분 굳은 얼굴이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10여 차례 기립박수를 칠 때도 그들은 대부분 일어서지 않았다.
이 같은 공화당 분위기를 의식,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도중 “모든 것을 ‘노(no)’라고 말하는 건 정치적으로 단기적인 이익을 볼 수는 있지만 그건 리더십이 아니다”고 점잖게 꼬집었다.
국정연설이 끝난 직후 공화당은 밥 맥도널 버지니아 주지사를 내세워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비판했다. 맥도널 주지사는 버지니아 리치먼드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민주당 정부의 정책은 나라를 빚더미에 올려놓아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며 정부가 모든 일을 다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연설을 통해 국력을 다시 한데 모으는 계기를 만들려 하고 있으나, 좀 더 두고 볼 일이라는 신중한 입장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