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로벤섬 수용소의 ‘축구 기적’…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

입력 2010-01-28 18:0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척 코어·마빈 클로스/생각의 나무

1995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럭비 월드컵을 개최했을 때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대표팀의 백인 주장인 프랑수아 피에나르의 유니폼을 입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인종 차별 정책(아파르트헤이트)으로 전 세계로부터 비난을 받아온 국가의 대통령이 통합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이는 국가 원수가 스포츠를 국가 통합의 수단으로 사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지혜로운 선택은 만델라가 로벤섬 수용소에서 복역한 18년의 시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케이프타운 해변에서 12㎞나 떨어진, 작고 바람이 몰아치는 로벤섬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책은 역사학자인 척 코어가 생존하는 수감자를 일일이 찾아가 증언을 들어 내용물을 채우고, 방송 작가 마빈 클로스가 이야기 틀에 담아 만들어졌다. 실화에 바탕한 소설 같은 감동이 전해진다.

로벤섬 수용소는 1400여명의 정치범을 가둔 곳이다. 가시철조망과 담벼락으로 둘러싸여있고 곳곳에 감시탑이 배치된 곳에서 수감자가 자유를 꿈꾸기는 어렵다. 고된 노동과 기약없는 미래에 지쳐가는 수감자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비밀 미니축구’였다. 둥글게 뭉친 셔츠를 축구공 삼아 간수들 몰래 축구를 즐겼다. 해변에 몰려온 잔해를 이용해 골대와 그물도 만들었다. 63년 시작된 감방 미니 축구는 교도소에서 유일하게 숨통을 틔워주는 환기구였다. 하지만 축구를 하면 할수록 드넓은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공을 차는 ‘진짜 축구’에 대한 열망도 커져만 갔다. ]

당시 수용소에서는 무리지어 얘기하는 것조차 금지돼 있었다. ‘축구’는 씨알도 안 먹히는 요구였다. 이들은 ‘축구할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에게 축구는 오락과 즐거움 이전에 공정성에 대한 믿음과도 같았다. 3년간의 끈질긴 시위 끝에 이들은 66년 축구리그인 마카나축구협회를 결성하기에 이른다.

축구를 통해서 수감자들은 정치 노선을 잊은 채 일치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몸은 얽매여있었지만 마음만은 투쟁을 향한 의지로 자유로웠다. 로벤섬 수용소의 기적은 스포츠의 놀라운 능력을 증명한다(1만3000원).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