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위조는 고대부터 유명 전문가들도 속는다… ‘짝퉁미술사’

입력 2010-01-28 18:01


짝퉁미술사/토머스 호빙/이마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15년간 일하면서 나는 모든 분야의 미술품 약 5000점을 검사해 보았다. 이중 무려 40%가 위조품이거나 너무나 ‘위선적으로’ 복원된 작품, 혹은 다른 작품으로 오인되고 있어 위작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작품들이었다. 나는 그때 이후 지금까지 그 비율이 더욱 높아졌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1967년부터 77년까지 10년 동안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관장을 지냈던 토머스 호빙은 세계 미술시장과 유명 미술관에 위작들이 넘쳐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위작감정가로서도 명성이 높았던 그는 그동안 미술계에서 말하기 꺼려했던 미술품 위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 “미술품 위조는 고대부터 빈번하게 이뤄졌다”고 말한다. 고대 페니키아의 위조꾼들은 고대 이집트 양식을 그대로 베낀 이국적인 테라코타 사발을 만들어 비싸게 팔았고,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나온 많은 보석들은 유리로 만든 가짜였다는 사실을 들어 미술품 위조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음을 상기시킨다. 특히 14∼16세기 르네상스시대에는 고대 그리스로마의 조각상을 잘 위조하는 장인들이 인정을 받는 분위기 속에서 위조품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7∼18세기 바로크 시대에도 독일 르네상스 회화의 완성자인 알브레히트 뒤러(1471∼1518)의 그림만 5000점이 넘을 정도로 대가들의 위작이 성행했었다.

1933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공개한 ‘에트루리아 전사상’ 3점은 기원전 6세기 고대 로마의 에트루리아 문명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사랑을 받았으나 1910년대와 20년대 이탈리아의 두 소년이 만든 위작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보스턴 미술관의 최고 걸작으로 칭송받았던 고대 그리스의 3면 부조 ‘보스턴의 왕좌’ 등 위작으로 드러난 미술품들이 속속 등장한다. 루브르 미술관 역사상 최대의 위작 논쟁을 일으킨 ‘사이타페르네스 왕관’을 만든 이스라엘 루초모프스기, 한 때 메트로폴린탄 최대 걸작으로 꼽혔던 ‘로시필리오시 컵’을 위조한 19세기 독일의 금세공사 라인홀트 바스터스 등 위조꾼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저자는 세계 유명미술관의 큐레이터들과 미술사학자들이 위작에 쉽게 속아 넘어가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특정 작품을 절실하게 원하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작품을 신중하게 조사하지 않으며,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기 때문이다.” 그는 “작품에 대한 순수한 사랑만이 미술품을 수집하는 정당한 동기로 작용해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그것이 어찌 말처럼 쉬우랴. 저자는 자신도 그렇게 하지 못했음을 고백하는 말로 책을 마무리한다.

라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