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문제유출 수사 지지부진… ETS “블랙리스트 없다”

입력 2010-01-27 18:43

미국 교육평가원(ETS)이 “한국인 부정행위 의심자 명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히자 명단을 SAT 문제 유출사건의 해결 열쇠로 보고 있던 경찰이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상황에 놓인 경찰은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수사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경찰의 공식 입장은 지난해 4월부터 꾸준히 조사해왔기 때문에 명단이 없더라도 무리 없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사를 담당한 서울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27일 “ETS의 명단 공개 여부와 상관없이 SAT 부정행위 관련자에 대한 수사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경찰 관계자는 “ETS 측이 분명히 부정행위자 명단을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면서 “명단이 없는 상황에서는 검거된 사람의 진술을 중심으로 수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로부터 새로운 사실이 나오지 않으면 수사는 상당기간 답보상태에 머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ETS 명단 입수에 대한 경찰의 기대는 컸다. 수서서 관계자는 ETS 보안 담당 직원이 입국한 뒤인 지난 24일 “ETS가 부정행위 의심자 명단을 정리해 놓은 만큼 명단을 얻으면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 역시 25일 “명단만 받으면 검거는 쉬울 것”이라며 “명단에 올라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수사를 한 후 강남 학원 전체로 수사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자신감을 보였었다.

현재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경찰은 SAT 문제를 유출한 학원 강사 김모(37)씨와 장모(36)씨, 장씨가 강의하던 R어학원 원장 이모(39)씨 등 3명을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장씨는 자신의 단독 범행임을 주장하고 있고 이씨 역시 “문제지 유출을 종용하거나 문제지를 빼돌린 대가를 지급한 적이 없다”며 공모 사실을 부인했다.

조국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