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 피해자 3명중 2명 “새로운 사람 만나기 힘들다”

입력 2010-01-27 18:43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 강력범죄를 당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 3명 중 2명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힘들다고 느끼는 등 사회활동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8명은 사건을 연상시키는 장소나 사람을 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최근 범죄피해자 17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과 11명에 대한 심층 면접조사 결과 범죄 피해자들의 추가 피해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

김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발표문을 통해 “범죄피해자의 69.9%가 사건 이후 가족들이 사소한 일에도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한다고 답변했으며 26.7%는 사건 이후 가족과의 대화가 단절됐다고 말하는 등 피해자 가족의 해체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정도는 평균 43.8점으로 건강한 대학생 집단(28.6점)은 물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39.1점)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언론이나 수사, 재판기관 등에 의한 범죄피해자의 2차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피해자 가족에 대한 정부 지원, 피해자복지센터 건립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성균관대 박광민 교수는 범죄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기존 증인심문절차와 분리된 독립적 피해자진술권을 보장할 것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범죄피해자가 법원의 허가를 얻어 법정에서 증인심문이나 피고인질문 등을 할 수 있는 일본식 피해자참가인제도 도입도 검토할 것을 주장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과 법무연수원은 2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리는 ‘범죄피해자의 피해실태와 보호·지원정책’ 포럼에서 자세한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