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해안포 사격 도발] NLL에 느닷없이 물기둥… 우리軍 즉각 벌컨포 경고

입력 2010-01-28 00:10


27일 오전 9시5분쯤 백령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북측 수역에서 거대한 물기둥이 솟구쳤다. 북한군이 지난 25일 자신들이 설정한 서해 항행금지구역에 해안포를 발사한 것이다. 북한은 9시25분까지 해안포 30여발을 발사했다. 탄착지점은 NLL 이북 해상 2.7㎞.

북한군의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면밀히 감시하고 있던 군은 발사 즉시 이를 포착했고, 백령도와 인근 도서 기지 레이더에 포탄으로 보이는 공중항체가 나타나자 비상대기하던 백령도 해병대 6여단 벌컨포 진지에서 100여발을 발사했다. 우리 군은 벌컨포 사거리가 3∼4㎞로 북측 포탄이 모두 NLL 이북 지역을 향하고 있는 점을 감안, 대응사격에 나서지 않고 공중을 향해 경고사격을 했다.

상황은 즉시 합참에 접수됐다. 위기조치반이 가동됐으며 서해안 인근 전 전력이 대응태세에 들어갔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시시각각 상황 보고를 받았다.

9시35분쯤 우리 측은 국제공동상선망을 통해 북측에 경고방송을 했다. 합참 관계자는 “세 차례 경고통신을 보냈다”고 말했다. 우리 군은 “귀측에서 사격을 실시해 백령도 근해에 포탄이 떨어졌다. 긴장 조성하지 말고 즉각 사격 중단하라. 중단하지 않으면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북한군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9시45분에서 10시16분 사이 이번에는 대청도 인근에 설정한 또 다른 항행금지구역을 향해 10여발의 해안포를 발사했다. 이번에도 NLL을 넘지는 않았다.

오후 1시25분 우리 군은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남측 대표 류제승 준장 명의로 서해군사통신망을 통해 북측 단장에게 경고 전통문을 발송했다. 군은 전통문에서 북한이 항행금지 및 사격구역을 설정한 것은 명백히 정전협정 위반이며, 남북 간 불가침 협의를 무시한 중대한 도발 행위로 규정하고 즉각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당초 군은 도발 중단을 강력히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북측 해안포가 NLL을 넘지는 않았고 필요 이상으로 긴장을 고조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북한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오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서해전연 해상에서 우리 인민군 부대의 포실탄 사격 훈련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또다시 오후 3시25분부터 백령도 인근 NLL 이북 해상 2.7㎞ 지점에 해안포를 수십발 추가 발사했다. 북한의 사격은 야간에도 지속됐다. 저녁 8시30분쯤 백령도 인근에서 다시 포 소리가 들리기 시작해 밤늦도록 계속됐다. 포 소리는 백령도 인근뿐 아니라 이보다 훨씬 남쪽인 연평도 인근에서도 들렸다.

군은 북한이 러시아 해상교통 문자 방송인 나브텍스(NAVTEX)를 통해 25일부터 29일까지 해상 사격을 실시하겠다고 통보한 만큼 추가 발사가 있을 것으로 보고 경계를 강화했다. 군은 동해안과 육상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도발할 가능성에 대비, 전 지역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