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받는 오바마 오른팔·진보그룹 왜?… 美 개혁 부진·선거 패배 책임 싸고 “네 탓”공방

입력 2010-01-27 18:35

“빌어먹을 멍청이들!”

“버락 오바마의 딕 체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과 정권의 주요 지지기반인 진보자유주의 그룹이 이같이 서로 비난을 퍼붓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민주당이 텃밭인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그 책임을 서로에게 돌린다는 것이다. 단순한 비난전이 아니다. 오바마 정권의 진로를 놓고 다투는 일종의 노선투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을 이끈 진보단체들은 오바마 취임 1년이 지났는데도 개혁이 지지부진한 게 지지율 추락의 원인이라고 여긴다. 인권침해 논란을 빚은 관타나모 수용소는 아직 폐쇄되지 않았고, 가난한 어린이들은 여전히 병원에 갈 수 없으며, 경제를 망쳐놓은 은행은 보너스 잔치를 벌인다. 이매뉴얼 실장이 개혁을 막고 있다는 게 진보 인사들의 판단이다.

진보적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인 센크 위구르는 이매뉴얼을 “버락 오바마의 딕 체니”라고 공격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당시 신보수주의를 밀어붙이며 대통령보다 더 큰 권력을 행사한다는 비판을 받은 딕 체니 전 부통령에게 빗댄 것이다. 진보 잡지 ‘더 프로그레시브’의 매튜 로츠실드 편집장은 “이매뉴얼을 해고하고, 대담하고 진보적인 인물을 찾으라”고 주문했다.

이매뉴얼 실장은 경제 문제에 집중하고 중도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해 백악관에서 진보주의자들과 가진 회의에서 건강보험 개혁에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비판하는 광고를 내보내자는 의견에 “빌어먹을 멍청이들”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건강보험 개혁 법안을 제정하려면 의회에서 한 표라도 더 모아야 하는데 진보주의자들이 대통령을 고립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매뉴얼 실장은 소비자 권익운동을 하다 정치에 뛰어들었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그는 스스로 ‘신공화당’ 노선을 표방하면서 공화당과 협력해 복지·이민 정책을 입안하는 등 민주당의 전통적인 정책을 고수하기보다 현실적인 타협을 이뤄내는 데 더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물러난 뒤 월가에서 돈을 모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불러온 프레디맥의 이사를 맡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매뉴얼 실장은 금융기관 규제나 의료보험 개혁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부시 정권 당시 공화당에 빼앗긴 의회와 백악관을 민주당이 다시 찾아오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집권 2년째인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는 이매뉴얼 실장의 거취에서 찾을 수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