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 빠진 ‘스피릿’ 구출 포기”… 화성 탐사로봇 9개월째 미동못해
입력 2010-01-27 18:36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모래밭에 빠진 화성 탐사로봇 ‘스피릿’의 구출 작업을 포기하고 스피릿의 임무를 마친다고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무게 180㎏에 6개 바퀴를 가진 스피릿은 2004년 1월 화성 표면에 안착해 3개월 예정으로 화성 표면 탐사를 시작했다. 이후 예정된 기간보다 20배 이상 긴 6년간 화성 표면을 8㎞ 가까이 떠돌며 탐사 활동을 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홈플레이트 고원 서쪽의 트로이 크레이터 가장자리 모래밭에 바퀴가 빠지면서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됐다. NASA는 스피릿 구출 작업을 펼쳐 왔지만 모두 실패했다.
NASA 더그 매퀴스티언 화성탐사 사업국장은 “스피릿은 골퍼들이 아무리 공을 쳐도 빠져나올 수 없는 벙커에 빠진 것과 같은 최악의 악몽을 만났다”며 “아마 지금의 위치가 스피릿에는 최후의 안식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 탐사를 이끈 스티브 스퀴레스 박사는 “스피릿을 추도할 날은 아니다”고 못 박은 뒤 “스피릿은 동면 상태로 들어가 화성 남반구에 몰아닥친 극심한 겨울을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USA투데이 등 해외 언론에 따르면 스피릿은 현재 위치에서 햇빛을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도록 기울기를 조절하게 된다. 무사히 겨울을 나면 모래밭에 빠진 상태에서 고정된 과학 시설로서 탐사를 계속하게 된다. 과학자들은 스피릿이 현재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로 화성 핵 탐사, 기상관측, 토양 조사 등을 염두에 두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스피릿은 비슷한 시기 화성 반대편에 착륙한 쌍둥이 탐사로봇 오퍼튜니티와 함께 꾸준한 활동을 펼쳐 화성 표면에 과거 물이 흘렀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발견하기도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