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트랙 법관임용제 의미·배경… 우수인재 확보·저비용 보수 동시 고려한 듯
입력 2010-01-27 22:26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사법정책자문위원회가 ‘투트랙’ 방식의 법관임용제도를 확정한 것은 사법개혁안 논의의 무게 중심을 사법부로 끌어오겠다는 복안인 동시에 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점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지난해 출범한 사법정책자문위의 개선안이 통상적으로 대법원장에 의해 채택된 전례로 미뤄볼 때 이번 개선안도 원안대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개선안 내용 중 경력 10년 이상의 변호사·검사 중에서만 신규 법관을 임용하자는 검찰과 변호사 업계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아 향후 입법과정에서 논란도 예상된다.
◇인재 확보, 저비용 고효율=재판연구관을 뽑아 법관으로 임용하는 대법원의 방안은 우수한 인재들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 변호사·검찰 측 주장대로 로스쿨 수료자 전원을 변호사·검사로 내보낸 뒤 경력을 쌓게 해 법관으로 임용하는 방식을 채택하면 풍부한 재력을 앞세운 대형 로펌으로 우수 인력 대부분이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 변호사 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법관의 보수 수준을 고려하면 이미 법조 경력을 쌓은 변호사들이 법원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로스쿨 수료 이후 3∼5년 동안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할 경우 법관이 되는 길을 열어놓으면 우수 인재들이 ‘빨리 법관이 되는 길’을 찾아 몰려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규 법관 전원을 법조 경력자로 뽑을 경우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도 ‘투트랙 임용제도’를 선택
하게 한 배경이 됐다. 연간 170명 정도 선발하는 신규 법관을 모두 10년 이상 경력자로 채웠을 경우 경력을 인정해 호봉을 산정해야 하는데 현재 대법원 예산 규모로는 감당할 수가 없다. 법관으로 임용할 만한 청렴성과 공익성을 갖춘 재야 법조인들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법원 관계자는 “변호사 활동을 하다가 낮은 보수를 감수하면서 법관으로 임관하겠다는 사람들 중 능력 있는 인물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고충을 털어놨다.
◇험난한 입법과정 예고=이번 방안은 지난 25일 법원장들이 “현재 법조경력자를 임용하는 방식을 계속 확대해 나가고, 로스쿨 수료자를 재판연구관으로 선발해 실무경험을 쌓게 한 뒤 검증된 일부를 법관으로 임용하는 방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낸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미 법원 내부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개선안대로 법관임용제도를 바꾸려면 법원조직법 등 법률 개정이 필요하지만 사법부는 법안 제출 권한이 없어 법무부 또는 국회의원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검찰, 변호사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돼 입법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2월 중 법관임용제도를 포함하는 사법개혁안을 내놓고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나라당이 우리법연구회 해체와 이른바 ‘좌편향 불공정 판결’을 놓고 대법원과 대립각을 세울 경우 입법 작업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