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산업계 3대 大戰-(중) 이산화탄소 감축 전쟁] 저탄소 녹색경영은 선택 아닌 기업 생존 위한 필수
입력 2010-01-27 22:27
웅진코웨이 환경품질연구소 김영삼 선임연구원은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웅진코웨이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회사에서 생산하는 정수기, 비데 등의 모델별·공장별·라인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확인해 배출 상황을 세부적으로 점검한다. 이는 지난해 말 산업계 최초로 웅진코웨이가 도입한 ‘통합 환경정보시스템’ 덕분이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통합 환경정보시스템 도입과 함께 지난 4일 “2005년을 기준으로 그룹 성장률에 대비해 2020년까지 5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젠 기업들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다. 특히 탄소 감축 없이 지속 가능한 경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환경 규제에 대한 대응책으로서의 온실가스 감축에서 나아가 환경과 에너지 분야 시장을 신성장동력으로 활용하는 적극적인 개념으로 인식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2013년까지 녹색 경영 부문에 모두 5조4000억원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녹색 경영 비전’을 발표했다. 2013년까지 생산시설의 온실가스 배출량(에너지 원 단위 기준)을 2008년 대비 50% 감축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지난해 7월 이산화탄소 감축 및 친환경 차량 개발에 2013년까지 4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LG전자는 2012년까지 주요 제품의 효율을 2007년 대비 15% 향상시키고, 2020년에는 온실가스 3000만t 감축을 달성하기로 목표를 세웠다.
아직 초기 단계인 국내와 달리 해외 선진 기업들의 온실가스 저감 노력은 2005년 교토의정서 발효 이전부터 본격화됐다. 독일의 종합화학업체 BASF는 자사 제품 사용 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단계마다 탄소 배출량을 확인할 수 있는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을 조사했다. 이를 통해 제품 사용 단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제품 제조 단계보다 3배 이상 영향이 크다는 점을 증명했다. 신일본제철은 에너지 절감과 친환경 공정에 1990년 이후 매년 1조원 이상 투자해 제조공정의 원료 재활용률 98%, 가스 재활용률 100%를 달성했다.
온실가스 감축 움직임에 따라 사업 영역을 확대하거나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 구글은 자사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신재생에너지 기술 보유 기업에 2030년까지 3조80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덴마크 회사인 베스타스의 경우 선박 부품회사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업종을 전환한 후 풍력터빈 세계 1위 기업으로 변신했다.
국내외 기업이 이처럼 저탄소 녹색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자원 및 환경 문제가 거대한 규모의 새로운 시장을 탄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에 맞춰 사업 영역을 다각화함으로써 새로운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녹색성장 정책의 배경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 및 기업이 갈 길은 아직 멀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 단위당 국내총생산(GDP)의 비율을 나타내는 탄소생산성을 기준으로 할 때 우리나라의 탄소생산성은 2007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주요 20개국(G20)을 포함한 40개국 중 31위다. 세계 평균보다는 높지만 OECD 평균보다는 낮다. 산업연구원 김원규 선임연구위원은 “생산성이 낮은 업종에 대해서는 배출권 할당 시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한편 신기술 도입 등에는 정책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