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친박 ‘세종시 입법전쟁’ 본격화
입력 2010-01-27 21:38
정부가 27일 세종시 수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수정안을 지지하는 여당 내 친이명박계와 반대하는 친박근혜계 간 입법전쟁이 본격화됐다.
특히 이날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양 계파 소속 의원들은 극도로 날카로워진 심기를 그대로 노출했다. 친박계 중진 박종근 의원부터 포문을 열었다. 박 의원은 정부의 입법예고를 거론하며 “첨예한 당내 이견이 있고, 야당은 결사 반대투쟁을 하고 지역별로도 민심이 동요하는 상황에서 왜 이렇게까지 밀어붙이느냐”고 따졌다.
그러나 친이계 남경필 의원은 즉각 “계파적 이해관계에 매몰돼 민주적 절차와 토론이 이뤄지지 않는 건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표가 당내 토론과 소통을 안 하는 것은 민주적 절차에 어긋난다”고 쏘아붙였다. 또 “박 전 대표가 이미 결론을 낸 토론은 토론이 아니라고 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모욕감을 느낀다”고 꼬집었다.
이어 안상수 원내대표는 “헤겔의 변증법적 논리처럼 한나라당도 정반합의 토론을 벌여야 한다”고 두둔했다. 장광근 사무총장도 “정부 제출안에 대한 당론을 정하는 절차는 집권여당으로서의 당연한 책무”라고 거들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시 친박계 허태열 최고위원이 작심한 듯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요즘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몇몇 분이 입에 담아선 안 될 얘기를 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또 “세종시를 공적인 토론에 붙이면 같은 식구끼리 내상만 입게 돼 불행한 결과로 안 가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화니, 토론이니 치열한 논의니 하면서 온갖 용어를 다 갖다 쓰지만 과연 그렇게 해서 생산적인 결과를 얻겠느냐”고 반문했다.
장외 공방도 격화되고 있다. 친이계 정두언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친박 내 이견을 박 전 대표가 미리 쐐기를 박아 봉쇄했다”며 “비민주적이고 시대착오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친박계 김용갑 상임고문은 “세종시 수정안은 아무리 알을 품어도 병아리를 까지 못하는 무정란”이라고 원안 추진을 강조했다. 홍사덕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세종시 원안고수 입장에 대해 “개인적으로 표를 손해봐도 신뢰를 지키겠다는 것”이라며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수도권과 충청권의 지지율 격차를 20%로 봤을 때 이를 수도권 2500만명, 충청권 500만명의 인구에 대입시켜 계산하면 박 전 대표가 원안 지지로 오히려 표에서 손해를 본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손병호 강주화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