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먹고 살길은 B2B 시장”

입력 2010-01-27 22:09


“통신만 갖고는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없고 기업 가치를 높일 수도 없다. 다른 업종의 기업 활동에 우리의 통신서비스를 더해 그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해외에도 진출하겠다.”(이석채 KT 회장)

통신회사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다른 업종으로 손을 뻗치고 있다. 지금처럼 막대한 보조금을 뿌려 가입자를 빼앗아오는 싸움만 해서는 더 이상 먹고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장의 ‘스마트(S.M.ART·Save cost Maximize profit Art)’ 전략,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의 ‘산업 생산성 증대(IPE)’ 전략, 이상철 통합LG텔레콤 부회장의 ‘탈(脫)통신’ 프로젝트는 서로 이름은 다르지만 기존 소비자 대상 시장(B2C) 대신 기업 시장(B2B)을 노린다는 점에선 같다.

이상훈 KT 기업고객부문장(사장)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업종 기업에 통신서비스를 접목, 비용을 줄여주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전략을 통해 2012년 기업고객부문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기업시장 매출은 지난해(3조3000억원)보다 3000억원 이상 늘릴 계획이다.

KT는 기업을 상대로 정보기술(IT) 인프라 아웃소싱과 모바일 오피스, 스마트 팩토리 구축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동양그룹의 IT 전산망 운영사업을 수주한 것은 인프라 아웃소싱에 해당하고,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 와이브로망을 깔아 조선소 생산 프로세스에 IT를 접목한 것은 스마트 팩토리 구축 사례다.

모바일 오피스는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일컫는다. KT는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도시철도공사와 코오롱그룹 등에 업무용 ‘쇼옴니아’를 대량 공급했으며 현재 130개사와 공급 협상을 진행 중이다. KT는 유무선 융합서비스(FMC)에 기반한 모바일 오피스 이용고객을 2년 내 100만명 수준으로 늘릴 방침이다.

모바일 오피스 구축은 최근 스마트폰 바람을 타고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삼성증권, 아모레퍼시픽, 다음 등이 직원들에게 아이폰이나 T옴니아2를 보급한 데 이어 27일엔 포스코가 SK텔레콤으로부터 블랙베리폰 1000여대를 들여오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이미 지난해 10월 IPE 전략으로 B2B 시장에서 202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올리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하나카드 지분 49% 인수, 영어교육 업체 청담러닝과의 스마트 교육서비스 개발 등이 모두 IPE의 일환이다. 정만원 사장은 “B2C 시장은 이미 다 찼고 특히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선 소비자들이 더 이상 돈을 내려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살 길은 B2B 시장밖에 없다”며 “올해 IPE의 첫 성과물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통합LG텔레콤 수장이 된 이상철 부회장도 지난 6일 취임 일성으로 “카드, 의료, 관광, 교육 등이 통신과 만나 단순한 제휴 수준을 넘어서 새로운 산업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며 “탈통신 프로젝트 20여개를 연내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