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스마트폰 보조금’ 딜레마
입력 2010-01-27 21:11
스마트폰 열풍 속에 남몰래 눈물 흘리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이동통신사 최고경영자(CEO)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7월 보조금을 줄여 과도한 마케팅을 하지 말자고 합의했다. 지난해 2분기 막대한 보조금을 쓰며 출혈 경쟁을 벌인 탓에 실적이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후 공짜폰이 사라지며 보조금 경쟁이 주춤해졌다. 하지만 11월 KT가 애플 아이폰을 출시, 스마트폰 경쟁에 불이 붙이면서 보조금 신사협정은 휴지조각이 됐다. 대당 30만∼60만원의 보조금에 약정 계약을 더하면 90만원대 고가의 단말기를 공짜로 얻을 수도 있다.
때문에 증권가에선 지난해 4분기 통신사들의 영업 실적이 크게 악화됐을 것으로 전망한다. 28일 실적을 발표하는 SK텔레콤은 영업이익이 10%가량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발표가 다음달 중순으로 잡혀 있는 LG텔레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29일 실적을 발표하는 KT는 아이폰 도입으로 인한 마케팅 비용에다 지난해 말 단행한 명예퇴직 비용까지 감당해야 하기에 영업이익이 크게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애플이나 삼성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들이 좋은 실적을 올린 점도 통신사로선 우울한 소식이다. 일각에선 통신사 영업이익이 악화되면 통신비 인하 여력이 떨어져 결국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사용자의 혜택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한다.
통신사들은 보조금이 스마트폰 활성화를 위한 투자였다고 항변한다. 무선인터넷 시장이 커지면 새로운 수익이 창출된다는 논리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없이 누가 그 비싼 스마트폰을 사겠느냐”며 “통신사들이 스마트폰 활성화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