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정비업계 ‘車정비수가’ 싸고 정면대결
입력 2010-01-27 20:06
자동차 정비수가(차 수리비 산정 기준가) 인상여부를 놓고 정비업계와 손해보험사가 정면대결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정비수가 조정권을 가진 국토해양부는 판단을 미루고 있어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서울·경기·인천 자동차검사정비조합은 27일 공동성명을 내고 “국토해양부가 정비수가를 조속히 공표하지 않으면 대규모 집회를 통해 실력행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정비업계 요구는 지난해 말 한국산업관계연구원(산계연)이 국토부의 용역을 받아 연구·발표한 적정 정비수가를 그대로 수용하라는 것. 산계연의 용역결과에 따르면 4개 권역으로 나눈 전국의 적정 정비수가는 권역별로 시간당 1만9029원∼3만894원이었다. 현재 정비수가(1만8228원∼2만511원)보다 최고 50%까지 높은 수치다.
정비수가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정비업계 측은 “영세한 정비업체들이 수년간 물가 상승률도 적용받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결코 높은 게 아니다”면서 “산계연이 발표한 적정 정비수가를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보업계는 자동차 정비업계의 주장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손보업계 측은 산계연이 2008년 기준으로 자동차 정비업체를 표본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231개 업체 중 92.2%가 흑자를 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즉 소비자에게 추가적으로 보험료 부담을 주면서까지 정비수가를 인상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비수가 결정권을 갖고 있는 국토부는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비수가 인상은 곧 자동차 보험료 상승과 직결되는 데다 정부로서는 설 명절을 앞두고 물가인상 요인을 최대한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토부 자동차 생활과 관계자는 “보험사뿐만 아니라 금융위원회 등 유관기관과의 협의절차가 남아 있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국토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업체 간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손보업계는 손보사 공동으로 자동차 정비소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정비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자동차 정비소들의 과다한 보험료 청구가 손해율 상승의 원인 중 하나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정비소 운영을 통해 파악된 자료로 적정 정비수가 기준을 손보업계 자체적으로 마련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2.8%로 2006년 11월(83.5%)에 이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손해율은 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급비율로 손해율이 상승하면 그만큼 교통사고나 보험료 지급이 늘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자동차 정비업계 역시 실력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정비요금을 둘러싼 손보사들의 불법사례를 수집해 대응하겠다는 것. ‘일방적 요금 삭감’이나 ‘차량 빼돌리기’ 등 보험사들의 공정거래법상 차별행위를 수집해 관계 당국에 신고한다는 것이다. 수도권 자동차검사정비조합 측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전국 4200여개 정비업체 가운데 수도권지역 2000개 업체를 중심으로 불법사례 수집에 나설 방침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