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뿌린 데 표 난다”… 시·도지사 후보 40억 펑펑

입력 2010-01-27 22:30


6월2일 지방선거도 돈선거 우려

오는 6월 2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자가 쓸 수 있는 법정선거비용은 38억5700만원이다. 강원지사 후보는 13억900만원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가 제시한 이 공식선거비용만을 쓰고 서울시장과 강원지사에 당선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다. 일반적으로 법정비용의 두 배 이상으로 추정된다.

지난 1994년 제정되고, 2004년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이른바 ‘돈 선거’를 막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으나 현실은 여전히 ‘돈 선거’다. 당내 경선과 공천, 예비후보 등록 이후 법정선거운동기간에 들어가는 돈은 가히 천문학적 숫자다. ‘특별당비’ 명목의 공천 대가로 내는 돈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니 후보자는 계속 돈을 쏟아 부어도 끝이 안 보인다. 한강투석(漢江投石)이다. 특히 후보 간 박빙 선거구와 중소도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는 더욱 돈이 많이 든다. 또한 정치신인들은 기성 정치인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쓰는 현실이다.

시·도지사 선거에 출마했던 A씨는 “당시 법정 선거비용이 17억여원이었으나 각 캠프 관계자들이 나중에 실토한 것은 법정 비용의 두 배 가까이 되는 40여억원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은 준비 없이 당에서 차출돼 법정선거비용도 못 쓴 채 떨어졌음에도 아직도 그때 진 엄청난 부채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물에 떠 있는 빙산의 윗부분보다 잠겨있는 부분이 많은 것처럼 겉으로 드러난 비용보다 숨겨진 비용이 훨씬 많다.

후보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 것일까. 광역자치단체 후보였던 B씨는 음성적으로 들어가는 엄청난 자금은 대부분 비선 조직 가동비와 득표를 위한 유권자 접대비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득표를 위한 유권자들 밥값과 비공식 선거운동원의 활동비다. 즉 후보와 후보 부인 그리고 선거참모들이 각종 비공식 모임들을 가동하는 비용이다. 초·중·고·대학 동창모임, 향우회, 종친회, 각종 계모임 등이다. 공직선거법은 후보자 캠프가 유권자들에게 식사 제공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적발되면 향응을 받은 사람도 10배에서 50배까지 벌금을 물게 된다. 그러나 후보들의 이 같은 방식의 득표활동은 은밀하지만 일상적이고 보편적이다.

기초자치단체장에 출마했던 C씨는 “보통 20명을 모아놓고 1만원짜리 밥을 사고 거기에 소주를 추가하면 비용이 회당 30만원인데, 이런 모임을 공식·비공식 선거운동원 수십, 수백명이 수십회씩 갖는다면 그 비용이 얼마일지는 불문가지”라고 설명했다. 결국 ‘유권자의 술·밥’이 문제다. 그는 조직관리를 위해 핵심 선거운동원들에게 법정 활동비 외에 가욋돈을 더 주어야 하고, 이들이 주민들과 접촉하며 술과 밥을 먹을 때 드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 선거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D씨는 “이런 비용은 매우 드러나지 않게 집행된다”고 말했다. 그는 “후보는 어떤 경우에도 돈을 직접 만지지 않는다”며 “지인들이 먼저 지출을 하고 나중에 받거나 선거 뒤에 정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후보 간, 또는 선관위와 시민단체가 감시하나 매우 음성적으로 집행되기 때문에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선거 빚 62억원을 지고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삶을 마감한 오근섭 전 양산 시장 사건은 끝난 것이 아니라 오는 6월 2일 지방선거를 4개월 앞둔 지금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강렬 국장기자 ry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