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교 선진화 앞당기는 방안 돼야

입력 2010-01-27 18:10

교육과학기술부가 그제 발표한 ‘고교 선진화를 위한 입학제도 및 체제개편 후속방안’은 전체적으로 긍정적이다. 골자는 2011년도 외고와 국제고 입시부터 신입생 전원을 입학사정관이 참여하는 자기주도학습 전형으로 뽑는 것이다. 이 전형은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과 잠재력을 중점 평가하고 영어 내신과 면접만으로 신입생을 뽑는다는 점에서 선진적이다.

제대로만 시행되면 중학교의 학습 문화를 바꾸고 사교육 수요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중 2, 3학년 영어성적과 면접만으로 학생 전원을 선발하고 경시대회의 수상 실적도 필요 없게 된다면 학생들이 굳이 사교육에 매달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공교육 내실화도 촉진시킬 수 있다. 지금까지 학생들이 사교육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학생부와 교사추천서가 특목고 입시에 별 영향을 미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면접과 서류가 당락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되도록 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사교육에 빼앗겼던 학생들의 학력 증진 및 평가 책임을 학교와 교사들에게 되돌려준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관건은 새로운 전형이 과연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데 있다. 자기주도학습 전형은 계량화가 쉽지 않아 시비가 일 가능성이 크다. 입학사정관들이 학생들의 잠재력은 물론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대비한 컨설팅을 받았는지 여부까지 가려내려면 고도의 판단력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일선 중학교 교사들도 진실하게 학생을 평가하고 추천서를 써줄 수 있어야 한다. 외고 등이 지금처럼 영어뿐 아니라 모든 과목에 뛰어난 학생들을 뽑기 위해 편법을 동원할 가능성도 차단해야 한다.

교과부의 이번 방안은 고교 선진화라는 올바른 목표를 갖고 있다. 다만 시행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튀어나올 것 같다. 시행 전까지 예상되는 부작용을 철저히 점검, 보완할 필요가 있다. ‘사교육 경감, 공교육 정상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명제다. 교육당국은 물론 일선 학교와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가 합심 협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