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무력도발 더 이상 안 통한다
입력 2010-01-28 00:24
북한이 백령도 인근 북방한계선(NLL) 해상을 항행금지구역으로 선포한 지 이틀 만에 이곳으로 해안포탄 100여발을 쏘았다. 무력도발병(病)이 도진 것이다. 의도는 명백하다. 우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서 미국에게 휴전체제의 불안전성을 보여주면서 평화협정 회담을 이끌어내려는 속내가 담겨 있을 것이다.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임금 인상 등이 신속히 추진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불만, 그리고 지난해 11월 대청해전에서 패한 북한군 사기 진작이라는 성격도 엿보인다.
백령도 인근 우리 해역을 북한이 일방적으로 항행금지구역에 포함시킨 것은 1953년 NLL 설정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이 부근을 평시 해상사격구역으로 선포한 데 이은 후속조치다. 1999년 연평해전 이후 집요하게 추진해온 NLL 무력화 작업의 수위를 조금씩 높여가는 양상이다.
한편으로는 대화를, 다른 한편으로는 ‘보복 성전’ 운운하며 무력시위 및 도발을 감행하는 북한 속내를 국제사회는 정확히 꿰뚫고 있다. 이번처럼 북한이 남측과 미국에 대화를 제의해 놓고 항행금지구역 선포와 해안포 발사로 협박해도 국제사회를 움직일 수 없다는 얘기다. 북한군 총참모부 발표대로 앞으로 포사격이 계속된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북한은 화폐개혁 이후 시장과 생산 활동이 위축돼 쌀값이 폭등하는 등 극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력도발과 생떼쓰기로는 경제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6자회담에 무조건 복귀해 핵 폐기 수순을 착실히 밟아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받는 것이 체제안정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는 점을 북한 정권은 깨달아야 한다.
우리 군이 벌컨포 100여발의 경고 사격으로 차분하게 대응한 것은 적절했다. 북한 해안포탄이 NLL 북측 지역에 떨어진 만큼 과잉 대응할 필요가 없었다.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을 감안할 때 고강도 도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북 감시체제를 총동원해 북한군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북한이 도발 강도를 높이면 즉각 응징할 수 있도록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