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시 흔들리는 세계 금융시장

입력 2010-01-27 18:10

세계 금융시장이 다시 심상치 않다. 주요국 외화표시 채권의 부도 위험도를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25일 현재 지난 연말 대비 10∼30% 급등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5년물 외국환평형기금채권 CDS 프리미엄은 0.86%P에서 1.03%P로 19.77% 올랐다.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주장, 즉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하겠다는 금융규제 강화 방안의 여파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유동성 위축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 시장이 동요하고 있다.

다음은 중국의 출구전략에 따른 여파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주부터 시중은행의 지준율을 0.5%P 올려 시중 유동성을 회수한 데 이어 이 주 들어선 주요 4대 시중은행의 지준율을 0.5%P 더 올리도록 했다. 중국의 긴축정책, 즉 출구전략으로의 전환은 투자와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터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는 그 영향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차원에서 각국이 쏟아 부었던 자금이 이제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 재정 적자가 심각해 정부재정 파산이 우려되는 국가들이 거론된다. 일본을 비롯해 재정 적자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회복 중에 있다지만 안심할 수 있는 단계까지는 아직 요원하다. 각각의 요인들이 한꺼번에 진행될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특별히 대외 변수에 취약한 우리의 금융 환경을 감안할 때 각 사안별로 예의주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락세를 이어가던 원·달러 환율은 오름세 내지 횡보로 돌아섰고, 1700선을 넘어 회복세를 보였던 주가지수도 어제까지 4영업일 연속 하락해 1620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한국은 GDP 성장률 0.2%로 가까스로 플러스를 유지해 세계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최근 노출되고 있는 대외 변수들을 잘 견디지 못하면 올 성장률 목표치 4.5%는 고사하고 플러스 유지도 어렵다. 정책 당국과 금융권의 치밀하고 신중한 대처가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