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연예인 기부
입력 2010-01-27 18:10
톰 행크스, 조지 클루니, 브래트 피트, 멜 깁슨, 줄리아 로버츠, 마돈나, 비욘세, 브루스 스프링스틴 등 내로라하는 월드스타 130여명이 지난 2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에 모였다. 두 도시에서 동시에 진행된 아이티 지진 피해 돕기 자선공연, ‘아이티에 희망을(Hope for Haiti Now)’에 참여한 이들은 단 두 시간 만에 7300만 달러(약 840억원)라는 거금을 모금했다.
우리나라에도 아이티 돕기에 거액을 쾌척한 연예인이 적지 않다. 원로배우 신영균씨가 10만 달러, 장동건 차인표·신애라 션·정혜영 부부 등은 각각 1억원을 기부했다. 연예인들의 기부 소식이 잇따르면서 아이티 돕기에 동참하는 일반인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밴드웨건 효과다. 스타의 영향력이 참으로 대단하다.
세계적으로 연예인 기부문화에 새 장을 연 것은 1985년 ‘라이브 에이드(Live Aid)’ 공연이다. 라이브 에이드는 BBC 방송을 통해 굶주림에 신음하는 아프리카의 참상을 목격한 영국 가수 밥 겔도프가 아프리카를 돕기 위해 기획한 공연으로, 런던 웸블리 경기장과 미국 필라델피아 존 F 케네디 경기장에서 열렸다. 마이클 잭슨을 비롯한 당대 최고 팝스타들의 하모니가 일품인 ‘We Are The World’도 이 공연에서 불렸다. 수익금 1억5000만 파운드(약 2800억원)는 자선공연 사상 최대 금액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기부 형태도 다양해졌다. 노래와 목소리를 기부하는 연예인이 늘고 있다. 재능기부가 새로운 유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공익단체 홍보대사로 활동하거나 국내외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연예인도 쉽게 볼 수 있다. 비록 적은 수지만 입양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스타도 있다. 이들의 선행은 대중의 참여와 관심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이들을 우상으로 생각하는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다.
적은 금액으로 큰 홍보 효과를 노리기 위한 것이라며 연예인 기부를 삐딱하게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심지어 색깔론 잣대를 들이대 의도적으로 매도하고, 폄하한 경우도 있었다. 1회용 이벤트에 그치는 단발성 행사가 많은 것은 사실이나 나눔을 끊임없이 실천하는 김혜자, 안성기, 김장훈, 문근영씨 같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적잖다.
김혜자씨가 월드비전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겪은 경험담을 소개한 수필집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에 쓴 한 구절이 마음에 와 닿는다. “당신이 가진 것을 줄 때 그것은 주는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주는 것은 당신이 당신 자신을 줄 때이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