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실행위원’ 설문… “현행보다 개선 필요” 압도적
입력 2010-01-27 21:44
한기총 실행위원들은 끊임없는 변화와 갱신, 중대형교단과 군소교단 간의 소통과 결속을 우선시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였다.
본보가 지난 17∼26일 한기총 실행위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이광선 차기 대표회장이 지난달 선거에서 회원교단 및 단체들의 고른 지지에 힘입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이유를 보다 명확하게 알게 해줬다. 한기총이 예언자적인 목소리를 잃었다고 판단한 구성원들의 절박한 변화의 욕구를 잘 보여준 것이다. 이 점에서 대표회장, 공동회장, 부회장, 상임위원장 등 한기총 차기 임원진이 비합리적 선거제도, 회원 교단 간 갈등, 왜곡된 언로, 연합기관다운 정책 부재 등 한기총의 고질적인 병폐를 과감하게 손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금권선거 논란이 일고 있는 선거제도가 어떤 행태로든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대표회장 선거 제도 고수’가 56명(39.2%)에 불과하고 개선 요구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방식에 대해선 의견 수렴과 극적인 합의 등 정치공학적 해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결과 실행위원 46명(32.2%)은 역대 대표회장 및 명예회장으로 전형위원회를 꾸린 뒤 총회장 역임 등 리더십이 검증된 목회자를 추천하고 실행위원회에서 선거하자고 답했다. 17명(11.9%)은 금권선거를 줄이기 위해 선거인단을 대폭 확대하자는 안을 제기했다. 역대 대표회장 및 명예회장 등으로 전형위원회를 꾸린 뒤 추대하자는 의견(9명·6.3%)도 있었다. 예장 통합과 합동을 두 축으로 하고 중형교단과 소형교단을 순번으로 정해 선출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한 실행위원도 있었다.
그동안 선거제도 개선이 어려웠던 데에는 군소교단의 저항이 크게 작용했다. 군소교단의 경우, 대형교단의 승자독식 방식이 내부 의견 수렴을 원천적으로 막을 것이라는 우려를 떨치지 못해온 것이다. 대형교단도 군소교단이 한기총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피해의식을 풀어갈 마땅한 처방전을 갖지 못했다. 선거제도는 정관 개정이 요구된다. 정관에 따르면 실행위원회 심의를 거쳐 총회에서 출석 총회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대표회장 임기에 대해선 ‘현행 1년 연임 가능’(63명·44.1%)이 가장 많았다. 안정된 기구 운영을 위해 50명(35%)은 ‘2년 단임’을, 9명(6.3%)은 ‘2년 연임 가능’을 꼽았다. 더 많은 지도자에게 책임 있는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1년 단임’을 선택한 실행위원도 20명(14%)에 달했다.
이번 설문에서 예상 밖 결과는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에 대한 개방된 태도였다. 외부에서 인식되는 것처럼 한기총이 ‘극보수’가 아니라 ‘열린 보수’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는 연합기관임을 보여주었다. 현재 보수교단이 추진 중인 가칭 ‘WCC대책준비위원회’에 한기총 회원교단이 상당수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수교단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WCC총회 절대 반대’를 선택하지 않은 관련 교단 실행위원들이 적잖았다.
하지만 대다수 실행위원들이 WCC 하면 ‘종교다원주의’(52명·36.4%), ‘해방신학, 민중신학, 여성신학 등 신학 스펙트럼의 다양화’(31명·21.7%), ‘공산주의 옹호’(7명·4.9%) 등을 떠올리고 있어 향후 WCC 공과를 복음주의 신학 측면에서 검토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행위원 상당수가 “현재의 WCC 노선에 문제가 있다면 부산 총회를 계기로 바꿔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좋다”고 했다.
반면 WEA 총회 유치는 세계 복음주의 진영과의 교류 확대 등에 기여할 것이기 때문에 한기총으로선 그동안 취약했던 세계화를 이룩할 수 있다는 응답이 112명(78.3%)에 달했다. 22명은 WCC총회 대응 성격이 짙기 때문에 도움이 안 된다고 밝혔다.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는 응답도 7명(4.9%)에 달했다.
설문조사 참여자 명단
◇당연직 실행위원 △명예회장=림인식 이성택 길자연 이만신 지덕 조용기 최성규 김선도 목사 △대표회장=엄신형 목사 △공동회장=최병남 정인도 정영민 장근태 윤석희 김요셉 고금용 최낙중 엄정묵 이강평 한영훈 정서영 김국경 목사, 정금출 장은화 고상권 장로 △서기=권순직 목사 △회계=김동근 장로 △상임위원장=우영수 손인웅 문영용 한기채 오영택 고창곤 엄기호 이영주 윤항기 김산용 목사, 최내화 김득연 박홍자 장로
◇실행위원 목사 조성기 유한귀 문원순 이치우 홍재철 문세춘 남태섭 최병남 박춘규 이재완 송윤기 이정복 남호 고용남 권용수 윤희구 신광수 김경학 정해송 김병호 정진성 박종오 최충하 최효식 한양수 조원집 최귀수 이삼용 조승렬 배진기 최길학 이규인 박종언 이선웅 임석영 장성호 조태영 김명희 이항범 한창영 강구원 김성구 김동락 김호윤 김동석 신성호 김원배 이건호 박의순 전홍식 권오삼 임춘수 강정환 엄현섭 노문길 장원기 이경욱 유만석 신만섭 박남수 박중선 정바울 진상철 박광철 김창수 홍찬혁 김탁기 류성춘 강기원 김헌주 신언창 주정철 강진문 강세창 배영수 권남수 이도엽 이승렬 서정숙 김갑수 이재응 이병순 조영희 박길우 한동숙 윤여웅 최기만 강승삼 김희수 김철영 최유신 조완재 서상식 박진탁
◇실행위원 장로 배명길 이형규 윤정길 이강섭 정정섭 박백희 심영식
함태경 기자, 최규문 유승호 대학생 인턴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