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의 현주소와 미래 실행위원들 설문조사… 10명중 6명 “WCC부산 총회 찬성”
입력 2010-01-27 22:11
최우선 과제 “연합·일치 운동” 64%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이끌고 있는 실행위원들이 내부 갱신과 변화를 갈망하면서 상당히 유연한 사고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가 지난 17∼26일 한기총 실행위원 196명에 대해 전화와 직접 대면, 서면 등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전체의 74%인 143명이 응답한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교계를 뜨겁게 달군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에 대해 찬성 의견이 과반수였다. 조건 없는 찬성 32명에 ‘WCC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는 조건부 찬성 50명을 합쳐 82명(57.4%)이 찬성했다. ‘반대하지만 이웃교계 잔치로 간주한다’는 24명(16.8%), ‘절대 반대’는 27명(18.9%)에 불과해 ‘한기총=WCC 반대’라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았다. 이는 WCC의 과거 행적에는 적잖은 문제가 있지만 안방에서 열리는 WCC 총회는 대승적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행위원은 대표회장 선출, 총무 선임, 이사 인준, 사업계획 및 예산·결산 심의, 정관 개정 심의, 회원 교단과 단체의 가입 및 탈퇴, 제명 심의 등 한기총 내에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이들이다.
20회기(2009년 1월∼2010년 1월) 임원진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2014년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총회 유치에 대해선 107명(75.6%)이 찬성했다. 그 가운데 67명은 찬성하면서도 먼저 WEA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기독교 내부 갈등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로 ‘유치 재고’(23명·16.1%), ‘시기상조’(10명·7%)로 응답한 이들도 있었다.
한편 실행위원들은 내부 개혁을 대내외 이미지 개선의 첩경이라고 답했다. 교계와 사회에서 지도력을 확보하기 위해 개선할 점으로 67명(46.9%)이 ‘대표회장의 선거제도’를 우선 꼽았다. 이는 수년간 대표회장 선거가 과열되면서 일부 세력의 조직적인 개입과 금권선거를 불러왔다는 뼈아픈 성찰에 따른 것이다. 선거제도 개선에 이어 ‘회원 교단 및 단체 의견 반영 확대’(41명·28.7%), ‘싱크탱크 상설화 등을 통한 기획력 강화와 시대 어젠다 설정’(18명·12.6%), ‘대표회장 및 일부 대형교회에 의존하는 재정구조 탈피’(13명·9.1%) 등을 시급한 과제로 답했다. 대표회장이 갖춰야 할 덕목과 자격으로는 ‘총회장 역임 등 연합기관을 이끌 만한 검증된 능력’(96명·67.1%), ‘사회의 존경을 받을 만한 인품’(29명·20.3%) 순이었다.
차기 대표회장에 대해선 무려 91명(63.6%)이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 운동에 더욱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이단·사이비 척결 및 안티기독교세력 대응’(22명·15.4%), ‘대정부·대사회에 대한 기독교 입장 대변 및 지도력 강화’(20명·14%), ‘북한 동포 및 국내외 소외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8명·5.6%), ‘세계교회와의 연대를 통한 한국교회 위상 강화’(2명·1.4%) 순이었다. 73명(51%)은 교회 연합과 일치 방안으로 회원 교단·단체의 영역별 직능별 사역 네트워킹 구축 등 내부 결속을 우선으로 꼽았다.
함태경 기자, 박동욱 김민희 대학생 인턴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