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어제 주·야간 100여발 砲사격 “계속 쏘겠다”… 왜?

입력 2010-01-28 00:09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수역에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한 지 이틀 만인 27일 오전과 오후 저녁에 걸쳐 백령도와 대청도 인근 해상으로 해안포 100여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해안포를 발사한 것은 신년공동사설에서부터 끊임없이 강조해 온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 틀을 끌어내고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치밀한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새해 들어 외무성 성명과 대변인 담화 등 기회 있을 때마다 평화협정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지만, 미국과 한국 정부는 일관되게 선(先) 6자회담 복귀를 주문하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으로서는 정전협정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은 NLL 문제를 건드려 정전체제의 불안정성을 부각시키고,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이슈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안포 발사 카드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NLL 수역을 확실하게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평화협정 체결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의 판을 흔들기 위한 노림수일 가능성도 크다. 북한은 최근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보복 성전’을 다짐하는 등 안보 문제에 대해선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반면, 경협 사안에 대해서는 철저히 실리 전술을 펴는 투트랙(two track) 전술을 쓰고 있다. 하지만 남측은 남북관계 개선을 핵 문제 진전과 철저히 연계시키며 입맛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이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라며 “경협 사업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도 위협 수단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북한은 탄착점을 NLL 이북 수역으로 조절하는 ‘저강도 도발’ 카드를 썼다. 포탄이 NLL 이남 수역에 떨어질 경우 남측의 보복 공격을 부를 수 있고, 남북간 경협 사업 자체가 좌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항행금지구역으로 선포한 3월 29일까지는 제한적 도발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인민군 총참모부는 “서해상에서 연례적인 포실탄 사격 훈련을 진행했다”면서 “인민군 부대들의 포실탄 사격 훈련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해안포 발사는 남북관계에도 찬물을 끼얹었지만 다음달 1일 개성공단 실무회담이나 정부가 2월 8일 개최를 제안한 관광재개 실무접촉은 정상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서해 NLL에서 긴장을 고조시킨 것은 실망스러운 태도”라며 “다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회담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단호한 대응과 함께 대화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의미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