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회복 프로그램 ‘결혼코스’ 국민일보 기자 7주간 체험기

입력 2010-01-27 21:50

아내 마음 알고싶다고요? 가만히 들어보세요

가정사역 프로그램인 ‘결혼코스’는 간단했다. 프로그램은 부부만의 데이트 시간인 ‘결혼시간’을 매주 1회 갖는 것을 바탕으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방법에 집중돼 있다. 대화의 기술로 손수건을 건네받을 때까지 상대방의 이야기를 집중해 들어주고, 들은 내용을 요약한 뒤 “더 하고 싶은 말 있어?”라고 묻도록 제시했다.

결혼코스는 알파코스로 유명한 알파코리아(대표 이상준)가 보급 중인 영국의 프로그램이다.

결혼 평가 및 결혼시간 갖기, 대화의 기술, 갈등 해결, 용서의 힘, 부모로부터 독립, 즐거운 성, 사랑을 전하는 다섯 가지 방법 등을 다룬다. 1주일에 1회씩 7주 과정으로 실시되며, 특이하게 비디오를 보면서 진행된다. 결혼코스의 개척자 니키 리와 실라 리가 실제 부부들에게 강의한 내용이다. 30여분 동안 니키 리 또는 실라 리가 설명을 한다. 연습 문제는 비디오를 멈춘 뒤 풀도록 돼 있다.

결혼 7년차인 기자도 솔직히 생활언어나 5세 된 딸아이 이야기를 빼면 대화가 어려웠다. 생각이나 감정 등을 아내와 나눠본 지 오래됐다. 특히 얘기가 길어지면 비난으로 이어졌고, 으레 말싸움으로 끝났다.

하지만 결혼코스가 제시하는 ‘손수건 대화법’은 효과가 있었다. 말하는 이가 속내를 다 드러내도록 시간을 보장했다. 그동안 쌓였던 서운한 감정을 다 토해내도록 했다. 또 듣는 이에겐 이야기 도중 반대 의견이 있거나 화가 나도 참도록 했다.

여기에 매주 진행된 ‘결혼시간’은 연애시절의 로맨스를 되살렸다. 기자는 거의 5년 만에 아내와 극장을 찾았다. 특히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떠난 1박2일 안면도 여행은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 24일 인천 당하동 신부교회(옛 소성함을 얻는교회, 장우영 목사). 본인처럼 행복한 결혼생활을 원하지만 포기 직전까지 간 부부 다섯 쌍이 모여 강의를 들었다.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육체적인 접촉 등 ‘5가지 사랑의 언어’에 대한 설명 이후 연습 문제가 이어졌다. 배우자에게 사랑을 느꼈던 12가지 경우를 적고, 배우자와 비교했다. 또 주중 배우자에게 사랑을 전해줄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을 적었다. 본인은 쉬는 날에 딸 목욕시키기 등을, 아내는 아침에 배웅하기 등을 썼다.

참가자들도 이처럼 구체적인 노력이 서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미진(35·여)씨는 “처음엔 남편이 육체적인 접촉만 원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습 문제의 답을 보고 남편도 격려와 위로의 말을 원하는 줄 알았다”며 “앞으로 내가 남편의 영원한 팬임을 항상 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미(35·여)씨는 “대화를 피하는 남편에게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화의 기술을 배우면서 자기 주장만 말하려 했던 나 자신을 알게 됐다”며 “솔직히 다림질은 하기 싫은데, 남편이 원하니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김진국(35)씨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 속은 모른다는데, 결혼코스가 아내의 마음을 알게 해줬다”면서 “대화가 되니까 아내의 마음도 알게 됐고 아내의 마음도 알게 되니 부부관계도 좋아졌다. 요즘 아주 행복하다”고 기뻐했다.

장우영 목사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서로의 노력과 함께 기술도 필요하다. 결혼코스가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며 “참가한 가정들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