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껴 봐요, 근대사의 뜨거운 숨결… ‘2월의 가볼만한 문화유적지’
입력 2010-01-27 18:01
아이들의 겨울방학도 어느새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스키장, 눈썰매장 등에서 신나는 겨울 놀이를 만끽했다면, 이제 고즈넉한 분위기의 문화 유적지에서 들뜬 마음을 가다듬고 우리 역사 공부를 해보는 것도 좋다. 한국관광공사는 ‘근대 문화유적을 찾아서’를 테마로 2월의 가볼만한 여행지 5곳을 선정, 발표했다.
◇인천 개항 120년 흔적을 찾아(인천 중구 일대)=1883년 개항한 인천항 주변에는 당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근대문화 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특히 인천항을 품고 있는 중심부 중구에는 유독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들이 많다. 유적 대부분이 국철 1호선 동인천역과 인천역 사이에 옹기종기 모여 있어 자가용 보다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편이 훨씬 수월하다. 내동에 있는 내리교회는 우리나라 최초의 감리 교회이고, 송학동 응봉산 자락에 위치한 자유공원은 국내 최초 서구식 공원이다.
또 인천 최초의 천주교 성당인 답동 성당은 둥근 지붕의 종탑과 고풍스런 자태에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읽힌다. 이밖에 개항당시 제물포 지역에 모여 살던 외국인들의 사교장이었던 제물포구락부와 청일 전쟁 후 경제 수탈의 첨병역할을 했던 일본은행 건물 거리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인천개항장근대건축 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는 일본제18은행에서는 답사를 통해 돌아본 중구 내 모든 근대문화 유적 건축물을 모형으로 다시 만날 수 있어 답사 여행을 되짚어 보기에 더 없이 좋다(인천 중구청:032-760-7820).
◇서울 한복판서 만나는 대한제국의 흔적(서울 정동&서소문 일대)=덕수궁과 정동길 산책은 덕수궁∼시립미술관∼정동제일교회∼정동극장∼이화학당∼경교장∼홍난파 가옥∼중림동 약현 성당 순으로 하루 코스로 걸어 다니면 좋다. 개화기에서 근대 초기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역사를 관통하는 유서깊은 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구한말 외교관들의 밀담이 잦았던 손탁 호텔(현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 을사늑약이 맺어진 덕수궁 중명전, 독립운동의 산실이었던 정동교회와 배재학당 등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역사 탐방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서울 중구청:02-2260-2174).
◇일제 경제 수탈 기지…민족의 아픔을 들려주다(전북 군산시 일원)=호남 곡창지대 쌀이 모이는 군산은 일제 강점기, 수많은 수탈을 당했던 민족의 아픔이 서린 곳이다. 당시 일본인이 누린 부의 공간인 ‘조선은행’, 쌀을 실어 나르기 위해 언제든 배가 닿을 수 있도록 뜬다리를 만든 내항, 교역 물품을 관리하던 세관 건물 등 곳곳에 아픈 역사가 배어 있다. 일본인들의 주거 공간이었던 신흥동에는 ‘히로쓰 가옥’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일본 무사의 고급 주택을 본 따 만든 목조 주택으로, 영화 ‘타짜’의 촬영 장소이기도 하다. 이밖에 호남지역 독립 만세운동의 중심지였던 구암 교회와 당시 군산 사람들의 생활상을 세세히 기록한 소설 ‘탁류’의 작가 채만식 선생 문학관 등을 둘러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듯하다(군산시청:063-450-6110).
◇황금어장 구룡포의 100년전 골목(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리)=겨울철 별미가 많은 포항에는 100년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동네가 있다. 과메기가 바람결에 춤을 추는 구룡포 장안동 골목이 바로 그곳. 일제 강점기 때 지어진 건물들이 영화 속 장면처럼 일본풍이 물씬 풍겨난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촬영 때 일본 거리 연출 세트로 이용되기도 했다.
해돋이 명소인 인근 ‘호미곶’도 근대문화 유적에 속한다. 호미곶은 원래 ‘장기곶’이라 불렸는데 일제가 우리 민족의 기상을 죽이기 위해 호랑이로 묘사되던 한반도를 토끼 모양으로 비하하고, 이곳을 호랑이 꼬리가 아닌 토끼 꼬리로 불렀던 것. 하지만 2001년 포항시의 요청이 받아들여져 다시 호랑이 꼬리를 의미하는 ‘호미곶(虎尾串)’이 정식 지명이 됐다(포항시청:054-270-2253).
◇금강변에서 즐기는 빈티지풍 시간여행(충남 논산시 강경읍 일원)=금강 하류에 위치한 강경은 1910년 한·일 강제병합 이전부터 일본인들에게 상권이 넘어가는 비운을 맞은 곳이다. 1905년 일본인들이 대거 몰려와 학교를 세우는 등 농업과 상업 부문을 장악했다. 때문에 강경 읍내에는 근대문화 유적인 등록 문화재들이 많이 남아 있다. 중앙초등학교 강당, 구 강경공립상업학교 관사, 구 남일당한약방, 구 한일은행 강경지점 등은 일본풍이 보이는 특이한 건축물들이다. 모두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일제의 시대상과 흘러간 시절 향수가 담긴 빈티지풍 사진을 찍으려는 디카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다.
이발소 다방 가게 폐가 등 거리 풍경도 하나같이 지나간 시간들의 정서를 대변한다(논산시청:041-730-3224).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