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백령도 근해 ‘항행금지’ 의도… 평화체제 이슈화·NLL 무력화 포석인 듯
입력 2010-01-26 23:28
북한이 25일 백령도와 대청도 인근 해상 2곳에 우리 수역이 포함된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한 것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다시 한번 무력화하고,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시급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 잇단 평화 공세에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남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훈련에 대한 사전 경고 등의 포석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번에 항행금지구역으로 선포한 지역은 백령도 동쪽 NLL 수역과 대청도 동쪽 NLL 수역 2곳으로 시한은 25일부터 3월 29일까지이다. 북측은 통상 국제해사기구(IMO) 동아시아 코디네이터인 일본을 통해 통고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러시아의 해상교통을 담당하는 방송을 통해 북측이 금지구역을 선포한 사실이 알려졌다.
북한은 과거 미사일 발사 훈련을 할 때마다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했지만, NLL 이남 우리 측 수역을 포함시킨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 관계자는 26일 “이전과는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NLL의 무력화는 북한이 올해 부쩍 강조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문제와도 직결된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부각시켜 2~3월 중 북핵 6자회담이 열리면 평화체제 문제를 강하게 이슈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남 압박 카드의 의미도 있다. 북한은 최근 남측이 북측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비상행동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국방위원회 대변인 명의로 보복 성전을 경고했고, 김태영 국방장관의 선제 타격론도 사실상의 선전포고로 간주한 바 있다.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나서겠다는 경고일 수도 있다.
3월말까지 항행금지구역이 지정된 것으로 볼 때 3월에 실시할 예정인 키 리졸브 훈련을 겨냥한 측면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키 리졸브 훈련에 사전 대응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동시에 NLL 문제를 중심으로 북·미 군사실무회담을 개최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다만 북한이 실제 미사일을 NLL 이남 수역에 발사하기보다는 ‘언제든 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위협용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실행에 옮길 경우 남측이 군사적 도발로 받아들여 교전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현재까지 북한이 특이동향을 보이고 있지 않으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서해 2함대와 백령도 및 연평도 해병부대의 경계를 강화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안의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