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 입시제도 개선안] 1·2단계 나눠 선발… 학습계획서에 책 2권 독후감

입력 2010-01-26 22:34


‘자기주도 학습전형’ 어떻게 치러지나

올해 외국어고·국제고 입시부터 도입되는 ‘자기주도 학습전형’은 1·2단계로 나눠 영어 내신과 면접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학습계획서 항목에 독서 경험이 추가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입학 전형 절차=자기주도 학습전형을 실시하기 위해 각 학교에는 입학전형위원회가 구성되며 위원회에는 교육청이 위촉한 입학사정관이 참여한다. 자기주도 학습전형은 1·2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에서는 영어 내신성적과 출결로 일정 배수를 추려낸다. 영어 내신성적은 중 2∼3학년 4학기 영어 환산점수의 합으로 만점은 160점이다. 출결 점수는 만점 점수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결석 일수에서 가중치를 곱한 점수를 영어 내신 점수에서 차감하는 방식이다.

위원회는 1단계에서 일정 배수를 걸러내고 2단계에서 면접 점수(40점)를 더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위원회는 학생들이 제출한 학습계획서, 학교장 및 교사추천서, 학교생활기록부를 바탕으로 면접을 실시한다. 학습계획서에는 지원 동기, 자기주도 학습경험 및 학습·진로계획, 봉사 및 체험활동, 독서경험 등을 각각 600자 이내로 적어야 한다. 이번에 신설된 독서경험란에는 본인이 읽은 책 중 2권을 선정해 내용과 감상을 총 600자 이내로 써야 한다.

또 학습계획서에는 각종 인증시험 점수 및 한국어·한자 능력시험 점수, 각종 경시대회 입상 실적 등을 기재할 수 없다. 교과부는 이를 어길 경우 각 학교 차원에서 감점 등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학생부를 통해서는 학생의 특기·흥미, 창의적 재량활동·특별활동·교외 체험학습·독서활동 상황 등을 평가한다. 교과부는 각종 경시대회 수상 및 인증점수란을 학생부에서 아예 삭제하고, 일반 교과성적은 원서 제출을 위해 출력할 때 제외하도록 시스템을 바꾸기로 했다.

◇사교육 유발 효과 억제될까=교과부는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통해 사교육이 어느 정도 근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특목고 입학이 명문대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만큼 입시안을 아무리 바꿔도 사교육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전형요소에 포함되는 성적을 영어로만 제한하고 독서경험, 봉사·동아리활동을 이전보다 더욱 중시하게 된 만큼 또 다른 사교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기주도 학습전형에 입학사정관이 참여함으로써 점수가 아닌 입학사정관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당락이 갈리는 ‘정성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도 학부모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교과부는 사교육을 막기 위해 자기주도 학습전형에 참여하는 입학사정관에 대해 시·도 교육청이 60시간의 특별연수 뒤 입학사정관 자격증을 주고, 교육청별로 위촉 입학사정관 풀을 구성한다는 입장이다. 고교 입시로 인한 사교육 유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교육 영향 평가제’도 올 연말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엄민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사교육 영향평가의 결과를 다음해 입시의 개선 자료로만 활용한다면 그 실효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면서 “이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입학전형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학교나 사교육 영향평가에서 문제가 발생한 학교에 대한 신입생 선발 제한, 일반고 강제전환 등의 실질적인 제재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