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 입시제도 개선안] “어학 기술자 양성하나” 외고 교장들 강한 반감

입력 2010-01-26 18:52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부터 적용되는 외국어고 입시의 세부 전형계획이 담긴 고교 입학제도 및 체제 개편 후속 방안을 26일 발표하자 외고 교장들은 강한 반감을 표시했다.

학부모들은 외고에 지원하는 자녀의 당락이 정성적 평가인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사실상 결정되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다.

전국외고교장장학협의회 강성화(고양외고 교장) 회장은 “교과부 후속 방안은 외고를 통해 통역사나 번역가 같은 ‘어학 기술자’만 길러내겠다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강 회장은 “영어 내신 성적과 면접만으로 지원자를 평가할 경우 일선 중학교 교육 과정도 영어에만 치중돼 공교육의 틀이 흔들릴 수 있다”며 “지금까지 충실하게 학교 교육을 받아온 아이들이 손해를 보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외고와는 아무런 협의도 없이 교과부가 계속해서 일방적인 발표만 하고 있다”며 “협의회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 명덕외고 맹강렬 교장 역시 “외고 입장에서는 도저히 찬성할 수 없는 방안”이라고 못 박았다. 맹 교장은 “영어 내신의 경우 지원자 대부분이 1등급일 것으로 보여 면접으로 합격 여부를 가리게 될 텐데 면접이 우수 학생을 변별하는 전형이 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학부모들의 불만도 컸다. 교육 현장의 현실을 무시한 입시안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외고 진학을 준비하는 딸(15)을 두고 있다는 조연우(41·여)씨는 “학교마다 난이도가 다른 내신 시험을 일률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조씨는 “봉사활동이나 체험활동 내용 등을 평가하겠다는 것도 현실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우리 딸만 하더라도 벌써 봉사활동을 200시간 넘게 했는데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전형 요소들은 변별력이 있을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15)을 두고 있다는 김모(42·여)씨는 “결국 면접에서 당락이 갈릴 텐데 면접에서 보게 되는 자기주도 학습 경험, 봉사활동 등의 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이러한 기준이 불분명하다면 학생들은 불안감 때문에 사교육을 더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강창욱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