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산업계 3대 大戰 - (상) 자원전쟁] 阿(아프리카)서 열고, 남미서 펼친다…자원확보 24시

입력 2010-01-26 22:44


원자재 탐사업체 프리굿 대표인 오석민 사장은 중국만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몽골의 구리 광산 인수 경쟁에서 중국과 맞붙어 4전 4패를 당한 아픈 기억 때문이다. 지난해 6월 가까스로 광구 한 곳의 탐사권을 따냈지만 중국 측 공세는 가히 폭격기 수준이었다.

프리굿의 이광언 상무는 “중국 업체는 차량에 현금을 돈다발로 쌓아놓고 협상을 진행하더라”면서 “우리가 제시한 인수금액보다 적게는 2.5배, 많게는 10배 이상을 주고 싹쓸이하는데 도통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제2의 영토전쟁’으로 불리는 자원전쟁이 뜨겁다. 전장은 아프리카와 남미 등을 중심으로 한 저개발국가들이다. 특히 최후의 자원보고로 꼽히는 아프리카 쟁탈전이 치열하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이달 초 열흘 일정으로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5개국을 다녀갔다. 중국 외교부처의 새해 아프리카 순방은 20년 넘게 이어지는 전통이지만 다른 나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박월래 중국팀장은 “초창기에는 중국 방문이 제3세계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인식됐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중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아프리카를 자원공급처로 중시하면서 열강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에만 세네갈과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주요국들에 1억 달러가 넘는 차관과 원조를 약속했다.

일본도 마찬가지. 광물자원공사 강천구 개발지원본부장은 “일본은 정기적으로 아프리카 지도자들을 만나면서 스킨십을 늘리고 공적개발원조(ODA) 규모 확대방안을 논의하는 등 외교적 관계개선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활동의 궁극적 목표는 자원확보”라고 분석했다.

인도는 자국 주력업종인 정보기술(IT)이나 의료, 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저비용 생산방식을 내세워 아프리카 자원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과 캐나다 멕시코를 비롯해 엑손모빌과 셰브론 등 미국 국적의 세계적인 석유업체도 아프리카 내 광구 인수 및 자원개발회사 인수합병(M&A)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경쟁에 가세했다. 해외자원개발협회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불안해지면서 기업들마다 가격이 요동치는 시장 매입보다는 직접 개발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선 것”이라며 “광물 투자를 비롯한 원자재 개발 투자 규모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자원 무기화’를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자원개발투자는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중국이 희토류라는 희귀금속 시장을 무기화(독점)하면 당장 휴대전화나 PDP TV, 하이브리드 자동차 부품 등 핵심 소재분야에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국전력과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등이 최근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자원개발업체 M&A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식경제부는 올해 공공·민간 기업들의 자원개발 투자 규모가 석유·가스 부문의 경우 75억 달러로 지난해 대비 43%, 광물은 35억 달러로 지난해(9억2000만 달러)보다 380%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경부 관계자는 “세계 각국이 사활을 걸고 자원확보 경쟁에 나서는 것은 자원은 무기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향후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