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SAT문제 유출 공모땐 폐원”… 서울시교육청, 강사 소속학원 휴원 조치
입력 2010-01-26 21:24
ETS 관리·감독 부실도 도마에
서울시교육청이 26일 SAT 문제를 유출해 구속된 장모(36)씨가 강의하던 R어학원에 휴원 조치를 내렸다. 공모 여부에 따라 폐원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미국 교육평가원(ETS)의 부실한 시험 관리·감독 체계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시교육청 “폐원도 가능”=시교육청 관계자는 “R어학원이 장씨의 시험지 유출 행위에 가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유출 행위 외에 수강료 초과 징수, 강사 해임 미통보 등 불법행위가 적발돼 45일 동안 휴원 조치키로 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지난 18일 태국에서 SAT 시험지를 빼돌려 한국 학생들에게 유포한 혐의로 붙잡힌 김모(37)씨가 근무했던 E학원도 조사할 예정이다. 학원 측이 조직적으로 나섰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폐원 조치할 계획이다.
‘서울시 학원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학원이 시험지 유출 등의 문제를 일으킬 경우 관할 교육청은 벌점 부과 없이 해당 학원을 폐원시킬 수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경찰 수사와 별도로 교육청에 등록된 41개 SAT 전문학원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R어학원 원장 이모(39)씨를 소환해 문제 유출을 공모했는지 조사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문제지 유출을 종용하거나 문제지를 빼돌린 대가를 지급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지난해 태국에서 SAT 문제지를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학원 강사 김모(37)씨의 여죄를 캐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 사건을 풀 열쇠로 여겼던 ETS의 부정행위 의심자 명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하고 어떤 명단도 넘겨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ETS의 부실한 관리·감독=문제 유출 사건의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ETS의 부실한 SAT 관리·감독 체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한국에서 부정행위가 빈번히 발생하는 것을 오래전부터 인지하고도 근본적 문제 해결 노력을 게을리하다 결국 고름이 터졌다는 주장이다.
국내에서 SAT 문제 유출은 2005년부터 계속됐다. ETS 측은 “문제 유출 사건이 발생하면 현지 경찰과 공조해 해결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ETS가 한국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적은 이번 사건을 제외하고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문제가 발생한 고교를 고사장에서 제외하는 정도의 소극적 조치만 취했을 뿐이다. 근절 의지가 부족했던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관련 수사가 광범위하게 진행될 경우 시험 관리에 대한 공신력이 떨어질 수 있어 적당한 선에서 덮어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ETS는 이날 본보와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ETS의 조치는 철저하고 완벽했으며 부정행위를 차단하는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해 나갈 것”이라며 “보안체계를 변경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조국현 기자 jo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