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세종시 지방선거 파괴력은… ‘표심의 블랙홀’ 전국 선거판 삼킨다
입력 2010-01-26 22:18
세종시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6·2 지방선거가 사실상 ‘세종시 선거’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역대 지방선거가 정권에 대한 중간심판 격으로 치러졌다면, 이번 선거는 세종시 문제에 대한 국민의 결정이 내려지는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6일 “세종시 수정안이 처리되든 안 되든 여권으로선 무조건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그런 것도 다 감수하고 시작한 만큼 세종시 여파가 미치는 지역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문제는 일단 대전시장, 충남지사, 충북지사 등 충청권 세 단체장 선거를 좌지우지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야권부터 세 지역에서는 세종시 문제로 선거 구도를 꾸려갈 생각이 강하다. 아울러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인천시장 등 수도권 세 단체장 자리 역시 후보자들의 세종시에 대한 입장이 선거의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선 대구시장과 경북지사, 경남지사와 부산시장 역시 세종시 영향이 미칠 수 있다.
경기 북부지역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친이계 한 의원은 “수도권과 비충청권 지역, 심지어 강원도에서도 세종시로 인한 역차별과 박탈감이 심상치 않다”며 “여권 후보에게는 힘든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구에서는 역차별 문제가 벌써부터 공론화돼 있는 상태다.
여당 지도부는 무엇보다 공천 결과에 불만을 품은 친박근혜계가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비교섭단체인 ‘친박연대’가 독자 후보를 낼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당 사무처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는 친박 대 비친박 구도가 지난 총선 때보다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영남권에서는 ‘친박’임을 내세워 출마하려는 후보자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4월 경주 재선거에서는 친이, 친박 대결 구도가 만들어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측면 지원을 받은 무소속 정수성 후보가 친이계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특히 여당 선거를 진두지휘할 정몽준 대표와 박 전 대표 간에 세종시 문제로 첨예한 대립 관계가 형성돼 있어, 여권 후보들 간 친박과 비박(非朴)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수도권 선거에서는 세종시 문제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노무현 정권에서 수도이전을 시도할 때에는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수도를 이전하면 수도권 집값이 폭락한다’는 루머를 퍼뜨려 수도권 민심이 크게 요동쳤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수도권 유권자들이 세종시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어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우 대변인은 “기업도시 6곳과 혁신도시 11곳에서는 세종시 역차별 문제가 선거 판도를 흔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