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물가관리 ‘모드’ 전환… 시장 담합조사에서 민생품목 전반 감시
입력 2010-01-26 22:32
시장을 향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화법이 달라졌다. 지난해에는 LPG(액화석유가스) 등 가격 급등 업종의 담합 적발로 시장 분위기를 다잡는 일벌백계(一罰百戒)형이었다면 올해는 일제단속(一齊團束) 모드다. 연초부터 에너지, 통신, 기호식품 등 민생 품목 전반을 감시하겠다는 엄포도 놓았다. 담합 조사의 물가안정 효과는 분명 있지만 경쟁의 룰을 만드는 공정위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공정위식 ‘물가 다잡기’ 효과=공정위는 26일 교복시장의 85%를 차지하는 주요 제조업체의 판매가격 담합 행위와 교복 판매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집중 감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상 공정위의 담합 조사는 비밀리에 진행된다. 대다수 담합조사가 자진신고자 감면 혜택을 내걸고 업계의 공동행위 배신을 유도해야 명확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특성상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번 교복시장 담합 관련 시장조사를 아예 공개적으로 개시했다. 이는 담합을 통한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등 처벌적 기능보다 해당 품목의 가격 인상에 대한 사전적인 대응에 방점을 두었다는 뜻이다.
공정위의 담합조사 효과는 막강했다. 지난해 8월 롯데칠성과 해태, 웅진식품 등 음료 제조업체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에 업계는 가격 인상 행진을 멈췄다. 국제 곡물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음에도 꿈쩍 않던 제과·제빵업체들도 공정위의 담합조사 움직임에 SPC그룹과 CJ푸드빌이 28일부터 빵 가격을 4∼10% 내리기로 하는 등 즉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의 물가관리 기능 찬반 논란=공정위는 그동안 ‘경제검찰’이나 ‘물가관리기관’이라는 수식어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통해 시장의 물가관리에 가장 효과적이었던 수단이 담합조사였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는다. 지난 20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도 공정위는 올해 업무계획으로 민생 품목에 대한 담합감시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에 대해 연세대 김영세 교수는 “공정위가 시장원리를 무시할 경우 상당한 비효율이 생길 수 있다”며 “시장구조를 경쟁적으로 만들고 독과점을 깨는 게 정부의 역할이고 가격 결정은 시장원리로 결정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반면 인하대 최용록 교수는 “시장논리에 어긋나 후유증이 있더라도 (공정위의 개입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국내 시장구조가 워낙 작아 몇 개 기업에 의한 관리가격 체제 아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동권 김아진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