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닫는 美·中…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갈수록 고조
입력 2010-01-26 22:30
국내 증시 3거래일 사이 5%가량 추락 1630대로
주요국 CDS 프리미엄도 올 들어 16∼50% 급등
계속되는 미국·중국발 악재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양국의 틈바구니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내 증시도 3거래일 사이 5% 가까이 추락하며 1630대로 주저앉았다. 글로벌 경기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양대국이 돈줄을 강하게 조이고 나서자 경기회복세가 꺾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국내외 증시 추풍낙엽=26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2.86포인트(1.97%) 내린 1637.34로 마감했다. 장중 1626까지 밀렸다. 코스닥지수는 12.15포인트(2.27%) 내린 522.07을 기록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3원 급등하며 올 들어 처음 1160원대(1163.3원)로 상승했다.
대만 증시는 3.48%나 빠졌다. 중국(-2.42%) 홍콩(-2.38%) 일본(-1.78%) 등도 줄줄이 하락했다.
◇지갑 닫는 미국과 중국에 불안감 고조=이날 글로벌 금융시장은 재정지출 축소에 나선 미국과 지급준비율 추가 인상을 밝힌 중국 소식에 요동쳤다. 외신들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발표할 새해 국정연설에서 2011 회계연도부터 3년간 정부 재량(裁量)지출 부분을 동결하는 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럴 경우 상무·내무·법무·노동·환경보호 분야로 매년 100억∼150억 달러가 절약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지난 18일 중국 중앙은행이 지준율을 0.5% 포인트 인상한 이후 19일부터 중국 은행들이 신규대출을 중단했고, 이날 중앙은행이 일부 은행에 지준율 0.5% 포인트 추가 인상을 지시했다는 소식까지 겹쳤다.
삼성증권 정명지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은행 규제안까지 더한 양국의 움직임은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면서도 “그러나 이런 조치들이 ‘유동성 축소→생산 저하→경기회복세 훼손’으로 결론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불안감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각국 채권의 부도 위험성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의 경우 한국물은 22일 현재 109.15bp(1bp=0.01% 포인트)로 11일 75bp에 비해 열흘 새 44.8%나 상승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의 CDS 프리미엄도 올 들어 16∼50% 급등했다.
◇외풍에 휘둘리는 한국 금융시장=일단 한국 형편은 나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올해 재정의 60%가 상반기 중 지출될 계획으로 정책 모멘텀이 살아있고, 올해 기업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내부 동력은 강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증폭되는 상황에서 홀로 버텨낼 수는 없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11월 27일 두바이 사태로 코스피지수가 4.69% 급락했지만 곧바로 회복했던 상황이 재연되지 않는 한 국내 증시는 한동안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신증권 최재식 연구원은 “위험자산 투자에 대한 기대가 꺾이고 있어 코스피지수가 1600선까지는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