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자문기구 검찰권 축소 건의
입력 2010-01-26 22:28
검찰이 각종 개혁과제 추진을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장 자문기구가 검찰권의 축소를 건의한 사실이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26일 국회 등에 따르면 김형오 국회의장 직속의 헌법연구자문위원회는 지난해 8월 헌법 12조 3항에 규정된 검사의 영장 청구 권한을 삭제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검사가 법원에 체포·압수수색·구속영장을 청구하도록 한 영장제도는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헌법상 영장주의와 직접 관련이 없는 입법 정책적 문제이기 때문에 영장 청구권자를 누구로 할지는 헌법이 아닌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자문위는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헌법에는 영장 청구권자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로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검찰은 경찰 수사내용을 바탕으로 기소와 공소유지 업무를 담당한다. 예외적으로 수사를 하는 경우에도 특정 분야에만 국한하고 있다. 우리 헌법의 검사 영장청구 조항은 5·16 쿠데타 이후인 1962년 5차 헌법 개정 당시 들어갔다.
헌법에서 검사의 영장 청구권한이 삭제되면 경찰은 영장을 법원에 직접 신청할 수 있는 근거를 갖게 된다. 지금은 경찰의 영장을 검사가 지휘해 법원에 청구하고 있다.
보고서 내용은 검찰이 독점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경찰에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부 나눠줄 경우 검찰과 경찰 사이에 건전한 긴장관계가 형성되면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게 보고서의 논리다.
검찰은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응해 발 빠르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법원 개혁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검찰 역시 대상으로 지목될 것이 확실한 만큼 논리를 개발하자는 것이다.
대검찰청은 김호철 춘천지검 강릉지청장을 단장으로 검찰개혁 과제와 각종 현안을 연구할 형사정책단을 출범시켰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총장 직속인 형사정책단에는 대검 소속 연구관 2명이 배치됐다. 이들은 앞으로 정치권에서 논의될 검찰개혁에 대응하는 논리를 개발하게 된다.
검찰은 특히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이 기소권 남용 및 피의사실 공표문제 등을 이유로 검찰권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