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내전 종식후 첫 대선… 現 대통령·전쟁 영웅 접전

입력 2010-01-26 21:27

스리랑카에서 26일 타밀반군(LTTE)과의 26년 내전 종식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다.

전국 1만1000여곳 투표소에서 오전 7시부터 시작된 투표는 오후 4시 마감된 뒤 곧바로 개표 작업에 들어갔다. 정부는 7000여명의 경찰과 군 병력을 투표소 인근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유권자는 모두 1408만명이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내전 종식 이후 스리랑카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라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후보 22명이 출마한 가운데 마힌다 라자팍세(64) 현 대통령과 사라스 폰세카(59) 전 합참의장이 개표 결과 선두권을 유지했다.

라자팍세 대통령은 내전 종식의 성과를 권력 강화 기반으로 삼기 위해 내년까지 보장된 임기를 던지고 조기 대선을 택했다. 인구의 74%를 차지하는 싱할리족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역시 싱할리족 출신으로 범야권 후보인 ‘전쟁 영웅’ 폰세카 전 합참의장은 인구의 18%를 차지하며 ‘반(反) 라자팍세’ 정서를 가지고 있는 타밀족 정당의 지지를 받고 있다. 또 라자팍세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 스리랑카자유당(SLFP)의 원로이자 전직 대통령인 찬드리카 쿠마라퉁가의 지지까지 확보한 상태라 선거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전 당시 군 통수권자와 최고사령관이 대권을 위해 정적으로 맞선 형국이다.

선거 당일까지 폭력 사건이 발생해 정국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날 스리랑카 전역에선 64건의 선거 관련 폭력 사건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30건은 총격과 폭발 등이 개입한 심각한 수준이라고 선거폭력감시센터(CMEV)가 밝혔다. 또 스리랑카 선거관리위원회가 2008년 자료를 근거로 마련한 선거인 명부에 폰세카 전 합참의장의 이름을 누락하는 바람에 정작 그는 자신의 표를 행사하지 못했다.

앞서 대선과 관련해 900여건의 폭력 사태가 발생했고, 선거 막판에는 총기 난사와 폭탄 테러까지 이어져 5명이 숨졌다.

스리랑카에선 1983년부터 LTTE와 정부군이 정면충돌하며 내전에 돌입했고, 지난해 5월에서야 정부군의 승리로 26년간의 내전이 끝났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