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김연아, 금메달로 세계피겨 구도 확 바꾼다

입력 2010-01-26 18:04

김연아(20·고려대)의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은 한국 빙상 역사 뿐 아니라 세계 남녀 피겨 구도를 허무는데도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피겨계가 주목하는 이번 밴쿠버 대회 피겨 종목(남자싱글·여자싱글·페어·아이스댄싱 등 총 4개 금메달) 최대 이슈는 러시아의 동계올림픽 독주 체제 저지로 모아진다. 김연아는 비러시아 국가들의 가장 확실한 금메달 후보라 할 수 있다.

◇다급해진 피겨 왕국 러시아=구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는 동계올림픽에서 피겨로 먹고 사는 국가였다.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라는 국가명으로 출전한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부터 2006년 토리노 대회까지 총 4차례 동계올림픽에서 한 대회별 4개씩 총 16개 금메달 가운데 무려 11개 금메달을 독식했다.

러시아는 1994·1998·2006년 동계올림픽 각 대회 때마다 여자싱글만 제외한 3개 종목 금메달을 모두 싹쓸이했다(총 9개). 2002년 솔트레이크 시티 대회에서는 남자싱글과 페어에서 전체 금메달 절반인 2개를 따내고도 ‘안 좋은 성적’이라며 안타까워한 러시아였다.

피겨 왕국 러시아가 밴쿠버 대회를 앞두고 얼마나 속이 타들어갔는지 설명해주는 사건이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남자싱글 금메달리스트 에브게니 플루셴코(28)의 복귀다. 플루셴코는 토리노에서 금메달을 딴 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선수 몫)에 당선되는 등 피겨와 거리를 두고 지냈다. 그러나 플루셴코는 지난해 러시아 피겨를 살리겠다며 선수로 전격 복귀했고, 지난주 끝난 유럽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플루셴코는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한다.

◇김연아·라이사첵이 남녀 금메달 후보=아시아와 미국 등이 밴쿠버에서 러시아 아성을 깨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러시아는 역대 동계올림픽 여자싱글 금메달과 거리가 멀었는데 밴쿠버에서도 이 부문 금메달은 사실상 포기했다. 러시아 여자 선수 중 가장 세계랭킹이 높은 알레나 레오노바(7위)가 김연아, 아사다 마오(일본)와 얼마나 격차가 벌어져있는지는 러시아도 잘 알고 있다.

남자싱글에서는 미국을 대표하는 에반 라이사첵(25)이 금메달에 가장 근접해있다. 1m88의 장신으로 표현력이 돋보이는 라이사첵은 지난 시즌(2008∼2009)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올 시즌에는 그랑프리 시리즈 스케이트 아메리카와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페어는 독일과 중국 선수들이 세계랭킹 1, 2위를 달리며 러시아의 앞 길을 막고 있다. 러시아가 가장 기대하는 종목은 아이스댄싱인데 세계랭킹 1위 옥사나 돔니나-막신 샤발린 조가 최근 유럽선수권에서 우승했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