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아이티 지원 변화 절실… 그들이 필요한 것에 힘 모을때
입력 2010-01-26 18:08
아이티 지진 참사가 3주차에 접어들며 긴급구호는 사실상 종료됐다. 이에 따라 한국교회의 원조가 구호에서 재건 쪽으로 급속히 이동하면서 실질적인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감정에 호소하며 무조건 퍼주는게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치밀한 준비와 연구로 근본적인 재건이
이뤄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필요한 것’에 힘을 모으자는 주문이다.
◇치밀한 현장조사가 우선돼야=효과적인 지원과 재건을 위해서는 철저한 현지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대책은 그 다음이다. 현재 아이티에는 무너진 주택 1채의 재건축 비용으로 1000달러가 소요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실제 5000달러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도 양철 지붕에 블록담으로 쌓은 집이다. 그러나 아무리 극빈한 국가라고 하지만 상류층은 있게 마련. 이들의 주택 재건축 비용은 최소 10배 이상 된다. 지금은 현장을 직접 보고 경험한 것을 나눠야 한다.
도미니카한인선교사회 이철영 선교사는 “현지 정보를 지속적으로 청취해 집행해야 한다”며 “이제는 구호품 전달보다는 다른 분야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주둔해 있는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http://ochanoline.un.org)의 정보도 현장 파악에 좋은 참고서가 된다. OCHA는 아이티 구호와 재건의 종합상황실로 여기서 전 세계 구호단체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고 지진 초기부터 지금까지 구축해놓은 무수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매일 오후 4시면 구호단체들을 위한 미팅도 열리고 여기서 물자 배분과 지원 등이 이루어진다.
◇화합과 협력 절실=서해안 살리기에서 보여준 화합의 정신이 요구된다. 29일 한국교회 사상 첫 봉사연합체인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이 출범한다. 봉사 섬김에 있어서 협력하는 것은 기본이 됐다. 그런 점에서 아이티 최대 빈민촌인 ‘시티 솔레이’ 지역에 미주 한인교회들이 준비하고 있는 자립 갱생 프로젝트는 그 의미가 크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소재 플로리다한인연합감리교회(장찬영 목사)가 아이티 선교로 준비해오던 선교센터 건립을 지진을 계기로 지역사회 개발 사업으로 확대키로 했다. 여기엔 2세 신앙부흥운동인 자마(ZAMA)와 전문인 선교단체 맘(MOM)선교회 등과 연합하면서 사역 영역이 넓어졌다.
26일 아이티에서 만난 맘선교회 최순자 대표는 “의료센터와 학교, 마이크로크레디트, 자연농업, 축산, 사회적 기업, 직업훈련원 등 20여 가지 분야에서 진행될 것”이라며 “단순히 교회나 신학교를 세우기보다 총체적 복음 전파의 일환으로 지역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7년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향후 2세 전문인들과 협력해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 부지를 구입하고 센터 설계가 끝나 올 7월까지 의료센터를 세우게 된다. 이를 위해 OCHA와 접촉하며 유엔 지원을 약속받았다.
아이티 지진 구호 봉사에 참여한 플로리다한인연합감리교회 백승원 목사는 “한 교회가 시작했지만 이젠 연합이 되어 좋은 결실을 이룰 것”이라며 “교회가 힘을 모을 때 탄탄한 재건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재건 사업으로 나오는 대안은 모두 5가지 정도로 모아진다. 아이티 교회 건축을 위한 결연운동, 학교 재건축, 필요한 지역에 의료진이 찾아가는 이동 진료, 수도 외곽 지역에 대한 관심, 지진 고아 대책 등이다.
포르토프랭스=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